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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문단 성폭력…이번엔 중견 시인

입력
2016.11.30 14:31

문인들의 성폭력 행각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견시인 김요일(51)씨가 가해자로 지목돼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시인은 1990년 등단해 시집 ‘애초의 당신’(민음사) 등을 냈고 출판사 문학세계사의 기획이사, 아동출판사 ‘아이들판’의 대표를 맡고 있다.

피해자들은 최근 ‘김요일 성폭력 피해여성 연대’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김 시인이 강간, 강간미수, 성추행, 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0대 초반 한 술자리에서 김 시인을 만났다는 A씨는 김 시인이 “너한테 끌린다”는 말과 함께 허벅지, 팔, 얼굴을 만지며 추행했으며 “싫은 기색으로 밀어내도” 추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석한 지인이 귀가하자 김 시인은 “넌 나랑 자야 된다”며 모텔로 끌고가 성폭행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그 일 뒤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잠도 오지 않았다”며 몇 달 뒤 김 시인에게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후에야 관계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예창작학부 휴학생이었던 B씨는 김 시인이 페이스북으로 “시를 쓰냐”고 묻는 메시지를 보내 그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동료 시인들 모임에 초청 받은 B씨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방에 누워 있었는데 김 시인이 방으로 따라 들어와 문을 잠그고 강제로 옷을 벗기며 성관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그는 나보다 30살 이상 많고 (…)그날 처음 만난 사이였고 (…)가정도 있으신 분인데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에 충격이 컸다고 밝혔다. B씨가 김 시인을 밀어내는 사이 다른 시인이 방문을 열어 미수에 그쳤으나 B씨는 이후에도 김 시인이 “술 한잔 하고 있으니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김요일 시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라는 피해자 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30일 오후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내)의도가 어찌됐든 증언된 피해 여성들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 들이며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취 상태에서 “술자리에 함께 있는 여성들에게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성적 희롱과 추행을 하기도 했다”며 “제 인간적 미숙함과 반여성적인 편견, 죄의식의 부재 등이 여성들에 대한 여러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어졌음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또 “다시는 이런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자숙하겠다”며 “여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김 시인에 대한 폭로는 지난달 21일경 트위터에서 시작된 ‘문단_내_성폭력’ 고발의 연장선상이다. 지금까지 박진성, 배용제, 황병승 시인, 박범신, 김도언 소설가 등이 가해자로 지목됐으며 사과문을 올리거나 언론을 통해 사과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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