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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국가 위해… 사익 추구 없어” 면피로 일관

입력
2016.11.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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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을 봐라” 우회 반박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국민 앞에 세 번이나 머리를 숙였지만, 이번에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또다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시종일관 자기 변명에 급급했고,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준비한 원고만 읽어 나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연회색 재킷과 진회색 바지 차림으로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연단에 섰다. 앞서 두 차례의 담화 때의 초췌한 모습에 비하면 담담하면서도 의외로 한결 안정된 표정이었다.

박 대통령은 “저의 불찰로 심려를 끼쳤다”며 사죄의 말로 담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곧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때를 거론하며 단호한 목소리로 정당성을 강변하는데 주력했다. 박 대통령은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 왔다”며 “지금 벌어지는 여러 문제들 역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이었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공범으로 적시한 것과 달리, 1ㆍ2차 담화에서 “순수한 마음” “선의”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미르ㆍK 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혐의를 염두에 두고 “국가를 위한 공적 사업”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보이나, 민간기업인 KT 인사에 개입해 최순실씨 측에 광고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 등은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차 담화 때와 달리 이번에는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브리핑룸 양쪽 벽에 서서 침통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다. 일부 참모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최재경 민정수석도 눈에 띄었다. 이번 담화는 5분 정도 걸렸다. 지난달 25일 1차 담화(1분 40초)보다는 길었지만, 지난 4일 2차 담화(9분)보다는 짧았다.

박 대통령이 발언을 끝내고 등을 돌려 퇴장하려 하자 현장에 있던 일부 기자가 “대통령님 질문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청와대가 1ㆍ2차 담화 때처럼 질의 응답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다시 연단으로 돌아와 멋쩍은 듯 살짝 웃더니 “오늘은 여러 가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 가지 경위에 대해서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면서 “질문하고 싶은 것은 그때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은 기자들은 “최순실과 공범 관계를 인정하느냐” “다만 몇 개라도 질문을 받아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응대하지 않고 바로 퇴장했다. (▶“최순실 공범 인정하냐” 질문에 답 않고 퇴장한 박대통령)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장을 보고 판단하라”며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검찰은 “대통령의 담화 내용은 평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 표명을 자제했지만, 이미 최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도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의 공범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한 만큼 모든 혐의를 부인한 이날 담화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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