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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ㆍ검정, 내용 구성 전혀 달라 혼용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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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국정교과서는 28일 현장본이 공개됐지만 교육 현장에서 쓰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구전략으로 유력하게 검토되던 국정과 검정교과서 혼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설사 강행하더라도 대선이 끝나는 내년 이후로 미뤄야 해 채택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사실상 폐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 적용하느냐는 질문에 “교육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에둘렀다. 내년엔 힘들다는 뜻으로, 대신 ▦국ㆍ검정 역사교과서 혼용 ▦일부 학교 시범 사용 ▦사용시기 연기 등 3가지 안을 언급했다.
시범학교 방안은 해당 학교 구성원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사용시기 연기는 연말 대선과 맞물리면서 현실성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결국 청와대의 체면(국정화 강행)을 살리면서 판단과 논란을 현장에 떠넘기며 시간을 버는 혼용 방안이 급부상했지만 확인 결과,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내년부터 혼용하려면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과 국정화를 명시한 ‘교과서 구분고시’ 내용을 국ㆍ검정으로 개정하면 된다는 논리가 우세했다. 그러나 혼용 방안 역시 빨라야 2018년부터 가능하다. 시행 연기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우선 내년에 쓰는 현행 역사 검정교과서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반면, 국정교과서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취해 만들었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많이 다르다. 서울의 한 역사교사는 “중학교의 경우, 검정교과서에는 서남아시아 이슬람사 인도사 등 세계사가 다양하게 포함돼 있지만 국정교과서에는 중국사와 서양사 외 나머지 부분은 다 없어졌다”며 “검정과 국정교과서의 내용과 구성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혼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 역시 “검정과 국정교과서의 교육과정이 달라 내년에 혼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혼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설사 2018년에 혼용을 강행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먼저 차기 정권이 어떤 선택을 할지 미지수다. 게다가 2013년 우(右)편향 꼬리표가 달린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단 3곳(전체의 0.1%)에 불과했던 전례도 있다.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가 살아남을 확률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무엇을 해도(어느 대안을 선택해도) 쉽지 않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고민처럼 현재로선 마땅한 출구전략도 없다. 현재 대부분의 역사교사들은 국정교과서를 폐지한 후 2년 동안 새로운 검정교과서를 개발, 2019년부터 학교에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역사교과서는 과거부터 정권 입맛에 따라 국정과 검정을 오갔다. 1956년 나온 첫 국사교과서는 민간 출판사가 제작한 검정교과서였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독재를 위해 1972년 헌법 유린의 유신체제를 선포한 이후 제정된 3차 교육과정으로 74년 정책교과서(사회 국사 도덕)는 국정으로 바뀌었다. 당시 국정교과서는 “정부는 1972년 10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고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달성하고자 헌법을 개정하고 10월 유신을 단행했다”고 기술하는 등 유신체제 및 독재정권 미화와 정당화를 위한 수단이었다.
4차(81년)~6차(92년) 교육과정에서도 국사교과서는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국정교과서 하나만 편찬됐다. 이후 국정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시각을 주입한다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김대중 정부는 2002년 국사교과서 검ㆍ인정제 도입을 결정, 지금까지 검정 체제를 유지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현행 교과서가 ‘좌(左)편향’ 됐다며 지난해부터 국정화를 강행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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