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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도적 군사력 재건… 동맹은 점진적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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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시절 “美 세계경찰 여유 없어”
나토ㆍ아시아권 안보 불안감 커져
7월 채택 공화당 정강 따른다면
“극단적 구조조정 아니다” 예측
핵심 지역에선 이익 관철 나설 듯
中ㆍ러 상대 군사력 우위 확대 전망
사실상 세계를 경영하는 미국 정부의 안보정책은 통상정책과 표리일체(表裏一體)다. 자유무역이 융성하면 개입주의가, 경제적 자신감을 잃고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면 안보정책도 고립주의로 변했다.
1990년대 구 소련 붕괴 이후 탈(脫) 냉전시대도 그랬다. 민주ㆍ공화 양당의 강력한 합의 아래 역대 미국 행정부는 경제적 세계화를 급격히 진행시켰다. 자유무역과 이민으로 미국 경제는 양적으로 크게 증대되었다.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의 유지는 미국의 국가적 이익으로 인식됐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안보정책도 전세계적 ‘동맹 네트워크’구축과 적극적인 개입전략이 채택됐다. 해외 곳곳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불량정권은 군사적으로 개입해 교체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투입됐지만, 자유무역질서의 안정적 유지와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적 이익이 이를 상쇄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자유무역의 이익이 대기업과 상위계층에 집중되고 소외 계층이 양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자유무역이 빈부격차만 확대한다는 불만이 확산됐고, 올해 4월 퓨리서치 조사에서는 미국인 57%가 “미국은 다른 나라 일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 저변의 이런 고립주의 정서를 포착, 대권을 쟁취했다. 그는 후보 시절 “미국은 ‘세계 경찰’노릇을 할 여유가 없다.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를 허용할 수 없다. 미국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군사 개입을 축소하고, 동맹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상호주의에 입각한 철저한 협상으로 미국 국익을 극대화시키겠다”고 주장했다. 부실 기업을 살리려면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정리하듯, 기업가 관점에서 방만하게 운영된 동맹관리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대로 동맹 체제에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세계 안보정세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큰 우려는 유럽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나토 회원국인 ‘발틱 3국’에 러시아가 침공해도 개입하지 않겠다”며 ‘나토 무용론’을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트럼프 당선인이 EU와 미국 관계에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의 방어 모델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문제 제기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 체제를 흔들 경우 유럽에서 러시아의 세력이 커지게 된다는 경고인 셈이다.
비슷한 우려는 아시아와 중동에서도 감지된다. 아시아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물론이고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보여준 즉흥적 성격 때문에 한일의 이익을 해치는 정책을 불쑥 들고 나올 가능성을 염려한다. 한국에게는 통미봉남(通美封南) 행태의 ‘북미 협상’ 가능성이고, 일본은 중국과의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분쟁에서 미국이 일본 편을 들지 않는 경우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북한이나 중국으로부터 다른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한국과 일본의 이익을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전문가들은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 당선인이 보여준 유연성에 주목,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할 ‘동맹 구조조정’이 극단으로 흐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맹관계를 포기하거나 완전 고립주의를 선택하는 대신, 동맹관계에서 미국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주요 핵심지역에서의 영향력은 유지하는 ‘역외 균형정책’을 강화할 거라는 분석이다. 스티븐 크래즈너 스탠퍼드대 교수는 “철저한 고립주의는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체제와 리더십은 물론이고 경제력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며 “필요하면 적극 개입하는 ‘실용적 개입주의’가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채택된 공화당 정강도 이런 전망에 힘을 불어 넣는다. 후보 시절 나토와 한국ㆍ일본을 낮춰보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호감을 표시한 트럼프와 달리, 공화당 정강은 ▦나토의 현대화ㆍ공고화 필요성 ▦한국ㆍ일본에 대한 방위제공 ▦러시아 군사주의에 대한 우려가 명시되어 있다.
오히려 트럼프 집권 중 러시아ㆍ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우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바마 정권은 예산절감을 위해 국방비 지출도 줄였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군사력으로 경쟁국을 압도하던 로널드 레이건 시대의 재연을 꿈꾸고 있다. 미군을 49만명에서 54만명으로 늘리고, 해군 전함을 270척에서 350척으로 강화하고, 미 공군의 전투기도 1,100대에서 1,200대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전보다 개입 빈도가 줄어들겠지만, 핵심 이익이 걸린 지역에서는 압도적 군사력으로 이익을 관철한다는 것이다.
한편 러시아와는 반(反) 이슬람 테러 협력을 통해 협력을 모색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적자 해소 여부를 양국관계 개선의 척도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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