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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풍 앞에... 정부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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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ㆍ안보ㆍ통상 등 복합적 위기
경제 빠진 NSC선 대응 못 해
종합전략 짤 컨트롤 타워 없고
권력 공백 탓 정상외교도 난망
아베, 17일 트럼프와 뉴욕 회동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한반도 주변에 복합적인 외교ㆍ안보ㆍ통상의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뛰며 총력전에 나선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베 총리는 10일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갖고 17일 뉴욕에서 전격 회동키로 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다 비상이 걸린 아베 총리는 전날 총리 보좌관을 워싱턴에 급파한 데 이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이런 일본과는 대조된다. 컨트롤 타워는 부실하고 이를 지휘할 마땅한 시스템이나 책임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권력공백까지 겹치면서 ‘빈손 대응’ 우려는 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총리보다 늦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를 갖긴 했다. 하지만 거꾸로 박 대통령은 그의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 트럼프의 방한을 기다린다면 미일과 달리 한미의 정상급 외교는 언제 이뤄질지 가늠할 수 없다. 또한, 한국과 미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게 관례였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펼 수 없어 소극적인 대응만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미국 우선의 신고립주의’를 표방한 트럼프의 그간 발언을 보면 안보와 경제를 ‘국가이익’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한미 안보동맹 전반의 현안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분야까지 전 방위적인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연장선에서 전격적인 대북 대화에 나설 수도 있어, 우리 대북정책도 재점검 해야 할 상황이다.
더구나 트럼프의 새로운 정책이 완성되기 전 초기 국면에 현안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정상급 외교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중량감 있는 특사단이라도 파견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하지만 종합적 전략을 짜야 할 우리 정부의 컨트롤 타워는 시스템 부실과 칸막이 업무, 인적 편중으로 허약한 기반만 노출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9일 정부의 움직임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려 대응책을 논의한 뒤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회의에는 경제 관련 당국자가 한 명도 없었다. NSC 상임위 멤버는 외교ㆍ통일ㆍ국방장관과 국정원장, 대통령비서실장, 사무처장, 외교안보수석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별도의 경제관련 장관회의를 열었으나 시장 점검 차원이었다. 최근 한달 간 대통령 대면 보고도 못 했던 유 부총리가 회의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도 없었다.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우리 경제가 위기 앞에 섰지만, 대미 전략을 논의하는 최고 회의체에 정작 경제부처 장관들이 쏙 빠진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위기는 안보와 경제가 얽혀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협의 틀 자체가 미비하다”며 “지금이라도 외교안보수석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회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그나마 외교와 통상이 외교통상부로 묶여 있었으나 현 정부 들어 통상이 산업부로 이관돼 NSC는 경제와는 담 쌓은 회의체가 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대로 한미FTA 재협상이 진행되면 통상 따로, 외교 따로 대응해야 할 처지다. 전직 고위 관리는 “통상 부문의 산업부 이관에 반대가 많았으나 부처 이기주의로 묵살됐고, 결국 통상이 외교전략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선 국가안보실의 기능이 강화됐으나 군 출신 인사로 편중됐고 비서실 내 외교안보수석실 업무와 겹치는 문제도 초래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가 경제ㆍ외교 라인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안보 시각으로만 결정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안보 편중의 부실한 시스템 아래에서 대통령마저 권력공백 상태에 빠져, 당장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도 종합 대책을 진두 지휘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현 직책상 김관진 NSC 상임위원장이나 황교안 총리가 나서야 하지만, 능력도 권위도 없는 상황이다”고 잘라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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