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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더 많은 표 얻고 뒤집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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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5번째 선거인단수 패배
클린턴 20여만표 차 앞섰지만
트럼프 선거인단 60명 이상 많아
주 독립성 강조한 연방주의 소산
투표율은 0.7%P 오른 55.6% 그쳐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보다 약 20만표를 더 많이 얻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선거인단 구성에서는 트럼프가 60명 이상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 선거인단이 많이 배치된 플로리다ㆍ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 등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승리해 선거인단을 싹쓸이한 덕이다.
9일(현지시간) 전체 투표함의 93%가 개표된 현재 클린턴은 47.7%인 약 5,991만표를 얻어 47.5%인 5,969만표를 얻은 트럼프를 0.2%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대로 개표가 완료될 경우 클린턴은 미국 대선에서 단순 다수 투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에서 밀려 패배하는 역사상 다섯 번째 후보가 된다.
이는 미국 대선의 독특한 방식 때문이다. 8일 치른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엄밀히 말하면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역할을 맡은 538명의 선거인단을 뽑은 선거다.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50개 주에서는 그 주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선거인단 표를 독점한다. 클린턴은 핵심 경합주인 플로리다(29명)에서 약 12만표, 미시간(16명)에서 약 1만표 차로 패했다. 당초 낙승할 것으로 예상했던 펜실베이니아(20명)에서도 7만표, 위스콘신(10명)에서도 2만표차로 밀렸다. 콜로라도(9명) 네바다(6명) 뉴햄프셔(4명)에서는 접전 끝에 승리했지만 이들 주에는 걸린 선거인단 수가 적었다.
미국 대선의 선거인단 제도는 연방주의의 소산으로, 각 주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수결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소수의 경합주에 지나치게 많은 결정권이 집중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금까지 다수 표를 얻고 선거인단에서 밀려 낙선한 대통령 후보는 총 4명인데, 가장 가까운 사례가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54만3,895표를 앞서고도 플로리다주에서 537표차로 패배하는 바람에 대권을 얻지 못한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다. 나머지 세 경우는 모두 1800년대에 있었다.
선거인단 제도는 공화ㆍ민주 기성 양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외곽의 제3후보가 끼어들기 더욱 힘든 체제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의 반응성은 떨어지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극좌ㆍ극우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서도 과격한 정치운동을 막는 방어선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이민과 고립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양당 중 하나인 공화당 경선에 참여, 당내 주류의 저항을 뒤엎고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마저도 무력화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선에서 선거인단 제도의 덕을 본 트럼프는 4년 전 트위터에서 선거인단 제도가 불공정하다며 “민주주의에 재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대선은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연임 제한에 걸려 새 대통령을 뽑는 전례 없이 경쟁적인 선거였음에도 투표율은 2012년에 비해 0.7%포인트 오른 55.6%에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선출된 2008년 선거의 투표율은 62.3%였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의 도메니코 몬타나로 정치부 편집장은 흑인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위스콘신주 밀워키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근교 웨인 카운티 등에서 나타난 극심한 투표율 저하를 지적하며 저조한 투표율이 트럼프의 승리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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