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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거짓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과 지웠다

입력
2016.11.0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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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최대 승부조작 스캔들은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일어났다. 구단의 처우에 불만을 품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이 신시내티를 상대로 고의패배를 한 것이다.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과 거리가 멀어진 화이트삭스를 두고 ‘블랙삭스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겼다. 일본에서도 1969년 니시데츠 라이온즈 선수들이 조직 폭력단과 연계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검은 안개 사건’이 발생했고, 대만은 가장 최근까지도 승부조작이 만연해 있었다.

KBO리그에도 4년 만에 다시 승부조작의 마수가 뻗친 가운데 지난 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발표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경찰은 “승부조작을 한 선수가 범행을 시인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해당 선수를 신생 구단에 특별 지명을 받게 하여 10억원을 편취한 구단 관계자 2명을 사기 혐의로 검거하는 등 총 21명 검거, 브로커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해당 구단인 NC는 소속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를 알리지 않았을 뿐더러 금전적인 이익까지 취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7일 NC 구단을 압수 수색해 관련 내용이 포함된 회의록을 입수했다.

승부조작 사건에 구단이 개입한 건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NC는 ‘클린베이스볼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했던 팀이다. 구단의 이익보다 리그의 가치를 중시하겠다고도 했다. 투수 이태양의 승부조작 불구속 조사 당시 선수단 관리 미흡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관련 제재를 요청했던 게 불과 2개월 전이다.

올 7월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NC는 7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승부조작과 관련된 보도 자료를 냈지만 말과 행동은 달랐다. 당시 KBO는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진신고를 접수하고 있었지만 NC는 외면했다.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 때도 현장의 총책임자인 김경문 감독에게까지 알리지 않은 채 끝까지 숨기려 했다. 7일 NC가 내놓은 사과 성명도 마찬가지였다. NC는 은폐 사실을 부인한 채“수사에 협조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만 밝혔다. 한 야구팬은 “여태껏 은폐해 놓고 이제 와서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말한들 믿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각종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도 NC를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프런트 직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부터 구단 해체를 요구하는 글까지 이어졌다. NC의 핵심 가치인 정의, 명예, 존중도 팬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승부조작과 음주운전을 숨긴 것을 싸잡아 창단 첫 우승이란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9구단의 연착륙을 위해 애 쓰다 뒤통수를 맞은 KBO는 “예상과 달리 구단 차원으로까지 문제가 확산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야구 규약 제149조 3항은 ‘구단이 사실(선수의 부정행위)을 인지한 경우 즉시 그 사실을 총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어긴 구단에 대한 제재는 경고, 1억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최악의 경우는 리그에서 제명이다.

창단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룬 NC는 한국 야구 역사에 그보다 더 오래 기억될 추악한 오점을 남겼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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