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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박근혜ㆍ최태민 관계, 21년 전 드라마에서도 다뤘다

입력
2016.11.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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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방영된 MBC 드라마 ‘제4공화국’에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두 번째 사진)이 당시 영애 박근혜와 최태민 목사의 관계를 박정희 대통령(첫 번째 사진)에게 보고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MBC 캡처
1995년 방영된 MBC 드라마 ‘제4공화국’에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두 번째 사진)이 당시 영애 박근혜와 최태민 목사의 관계를 박정희 대통령(첫 번째 사진)에게 보고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MBC 캡처

‘최순실 게이트’의 연원으로 최씨의 부친 최태민 목사 때부터 이어져온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40년 관계가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과 최 목사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룬 21년 전 드라마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1995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총 30부로 방영된 MBC ‘제4공화국’이다.

‘제4공화국’은 제목 그대로 1972년 10월 유신 이후의 박정희 시대와 10.26 사건, 12.12 쿠데타, 광주민주항쟁 등을 거쳐 제5공화국이 건설되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다뤘다. 현 시국과 관련해 네티즌 사이에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1분 36초짜리 동영상에는 이 드라마 1회에서 다뤄진 짧은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박정희(이창환) 대통령과 김재규(박근형) 중앙정보부장이 독대해 당시 영애(윗사람의 딸을 높여 부르는 말) 박근혜와 최 목사의 문제를 논의하는 장면이다.

김재규가 “큰 영애 문제입니다”라며 운을 띄우자 박정희는 “최 뭣인가 하는 그 목사 얘기요?”라고 되물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어서 김재규는 “그 사람이 큰 영애 후광을 업고 지나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구국여성봉사단이라는 건 허울뿐이고 업체에서 찬조금 챙기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여자 문제까지…”라면서 보고서를 내민다. 그러자 박정희는 “그 문제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근혜 말은 그게 아니던데…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둡시다. 가보세요”라면서 보고서를 들춰보지도 않는다.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김재규는 차지철(이대근) 경호실장에게 “차 실장, 정말 이러기요. 왜 매사에 시시콜콜 나서면서 정작 나서야 할 일에는 빠지는 거요?”라고 항의한다. 차지철이 “아니, 빠지다니요. 저야 뭐 정보력이 있습니까? 김 부장처럼 충성심이 강한 분들이 지도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면서 어물쩍 넘어가려 하자, 김재규는 “각하(박정희)를 정말 잘 보위하려면 진심으로 하세요. 각하가 듣기 싫어하는 직언도 필요할 때는 해야 되지 않겠어요?”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10.26 사건 이후 김재규의 항소이유서에는 최태민의 비리와 부정을 고발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최 목사가 구국여성봉사단을 조종해 이권에 개입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박정희가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김재규는 중앙정보부에 파견 나와 특명수사를 전담하던 검사 백광현에게 최 목사의 비리를 조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청와대 면담일지에는 1977년 9월 12일 김재규가 백광현과 함께 대통령 보고를 마친 뒤 10분간 박정희를 독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무려 21년 전인 1995년 방영된 드라마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 목사의 관계가 다뤘다는 것에서도 당시 권력층과 그 주변 인물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네티즌들은 이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하며 “저 드라마가 언제적 드라마냐? 옛날부터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단 말이네”(냠냠***) “재방이 시급한 드라마다”(fuel****) “저 시대에 저런 드라마가 나왔단 게 더 놀랍다. 지금도 상상할 수 없는 일”(dh*) 등의 의견을 남겼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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