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한 간교한 사람을 분별하지 못해 대통령이 명예와 업적 다 잃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중진의원의 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7일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정을 최대한 정상화하고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제게 필요하다”고 당 지도부 사퇴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지만 국정의 큰 책임이 불거지지 않도록, 헌정 중단사태가 오지 않도록, 국민께 피해가 최소화되는 선에서 사태가 수습되도록, 당 대표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제게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제 심정은 0.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당장 내려놓고 달아나고 싶고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그러나 위기를 방치해두고 도망가는 무책임한 당 대표이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립무원의 대통령이 힘들게 이 난국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 하시고, 괴로워 신음하시는데 나 혼자 마음 편하자고 유유히 곁을 떠나는 의리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호남에서 지역구도 깨고 당선됐듯 무수저 빈손으로 당 대표까지 당선됐듯, 이정현이 이 위기상황에서 기적을 만들 수 있도록 위기관리 사태수습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 번만 더 용서해주시고, 한 번만 더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 대표는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를 언급한 뒤 “한 간교한 사람을 분별하지 못해 대통령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평생 쌓아온 모든 명예와 업적과 수고를 다 잃었고, 당은 폭탄 맞은 집이 됐다”면서 국정농단 사태의 모든 책임을 최순실씨에게만 묻는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영화 기자 yaa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