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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눈물’… 청탁금지법에 도매가 1만5000원대 하락

입력
2016.11.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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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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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감소로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한우 도매가격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시행 이후 하락세로 반전, 17개월 만에 1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이어서 한우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리서치센터가 3일 발간한 ‘축경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정확히 만 한 달을 채운 지난달 28일 기준 한우 지육(도축한 소의 머리·털·내장 등을 제거한 상태) 1㎏당 도매가격은 1만5,845원이었다. 2015년6월15일(㎏당 1만5,577원) 이후 17개월만에 처음으로 1만5,000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도매가가 2만 원대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김영란법 시행 직전과 비교해보면 가격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법 시행 전주인 9월3주(9월19~23일) 1㎏당 평균 1만9,189원이던 지육 도매가격은 10월 4주(10월 24~28일)에 ㎏당 평균 1만6,784원으로 한 달 새 약 12.5%나 하락했다.

한우의 경우 수년째 공급이 계속 줄고 있어 가격 하락 요인이 사실상 전무한 만큼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2년을 기점으로 가격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이고 정부까지 나서서 암소 감축 사업을 시행하면서 한우 공급량은 크게 줄었다.

송아지 생산에서 한우 고기로 출하하기까지 3년 가까이 걸리다 보니 사육 마릿수 감소의 여파가 지난해 말부터 가시화되면서 가격이 치솟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불과 한 달 새 상황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육 상태에서 가공 과정을 거쳐 정육 상태로 판매되는 소매 가격은 법 시행 이후에도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가장 비싼 등심의 가격은 9월 3주(9월 19~23일) 100g당 8,046원에서 10월 4주(10월 24~28일) 7,996원으로 0.6%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갈비의 경우 오히려 법 시행 이전(100g당 4,904원)보다 가격이 4% 증가한 5,10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우 선물세트 판매 부진 등을 가정용 판매로 만회하려는 유통업체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도매가가 하락하는 틈을 타 유통마진을 최대한 남기려는 유통업체들의 시도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한우농가 입장에서는 도매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같은 양을 팔고도 받은 돈은 줄고, 비싼 소비자 가격 탓에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한우 도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어서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가정 내 소비가 확대되리란 기대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가정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도소매 가격의 연동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영란법 시행 후 한우 소비 경향도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한우고기가 대중화될 수 있도록 한우 고급화 전략에서 벗어나 소포장 선물세트와 저렴한 외식 메뉴를 개발하고 신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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