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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줄소환 예고에… 미르ㆍK스포츠 출연금 낸 기업 62곳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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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돈 내도록 강요” 진술
삼성은 정유라에 30억원 지원
KT, 차은택에 광고 몰아준 의혹
CJ ‘K컬처밸리’ 참여도 뒷말
형사처벌 가능성 높지 않지만
‘반기업 정서’ 확산 우려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과정의 강제성을 확인하기 위해 출연금을 낸 62개 기업 전체로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가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형사 처벌 가능성을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수사 방향이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어 기업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가 줄소환되면서 반기업 정서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도 재계의 우려다.
2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최순실 의혹’을 수사중인 특별수사본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에게 소환을 통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한 모금과 별도로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출연 제안을 받은 롯데와 SK 관계자들은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다.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롯데는 K스포츠재단의 기부 요청에 70억원을 추가로 줬다가 지난 6월 되돌려 받았다. 111억원을 낸 SK 역시 K스포츠로부터 80억원을 추가 요구 받았으나 기부 규모에 대한 의견 차이로 지원이 무산됐다. 검찰은 롯데 측으로부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70억원을 내도록 사실상 강요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다른 기업들도 두 재단과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됐거나 접촉한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은 결과적으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말 구입비 등 30억원가량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 측은 “당초 6명의 선수를 지원하기로 하고 승마협회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었는데, 당시 이 지원을 받을 만한 선수가 정유라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KT는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CF감독 차은택씨에게 TV 광고 물량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스코도 최씨가 실소유주인 스포츠컨설팅업체 더블루K와 배드민턴팀 창단을 논의했다. KT는 “정상적인 광고 발주였다”고 해명했고, 포스코도 ”민원 업무 처리 차원에서 더블루K 관계자를 만났으며 배드민턴팀은 결국 창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CJ는 차은택씨가 주도한 정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의 핵심 사업인 K컬처밸리 조성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뒷말을 낳고 있다. 이 사업은 1조4,000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다. CJ는 “차씨로부터 특혜를 받거나 제공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줄줄이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됐던 2004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다만 검찰이 이날 최순실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며, 뇌물죄 대신 직권 남용 혐의를 적용한 만큼 기업들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기업이 낸 돈에 대가성이 있어야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데 재단으로 들어간 돈을 뇌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강제 모금의 피해자’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권이 개입됐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 기부를 요청받았을 때 이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정권의 필요에 따라 걷는 준조세 성격의 모금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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