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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텅 빈 큰 동굴에 혼자 남겨진 듯…”

입력
2016.1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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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일정 없이 홀로 관저 머물러… 검찰 수사 직접 겨냥될까 우려”

31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관저에 주로 혼자 머물렀다고 한다. 비공개 내부 일정도 잡지 않아, 이날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본 청와대 참모는 거의 없었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텅 빈 커다란 동굴에 홀로 앉아 있는 참담한 심정일 것”이라며 “최순실씨가 검찰에 출석하는 장면도 방송을 통해 조용히 지켜 보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최측근인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전 비서관이 전날 모조리 청와대를 떠나면서, 박 대통령은 18년 만에 ‘손과 발’이 없이 혼자 모든 업무를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ㆍ내각 후속 인선을 비롯한 국정 쇄신에 대해 박 대통령이 모든 결정을 사실상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박 대통령의 일정을 최소한으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 등과 함께 교체된 전직 수석들은 고립무원이 된 박 대통령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31일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외롭고 슬픈 우리 대통령님 꼭 도와 달라”고 했다. 김성우 전 홍보수석도 문자에서 “대통령님께서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최순실 게이트 폭탄’을 맞은 청와대는 비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서열 1,2위인 비서실장, 정책조정수석과 정무수석까지 비어 있어 업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비서실장과 정조수석이 매일 아침 교대로 주재하던 수석 회의는 수석들끼리 진행하고, 비서관들이 당분간 수석 대행 역할을 하기로 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안보ㆍ외교 문제는 흔들림 없이 해 나갈 것”이라며 동요하는 민심을 달랬다.

이날 최순실(60)씨의 서울중앙지검 출두 모습을 본 청와대 참모들은 침통해 했다. 취재진과 시위대가 한 데 엉켜 아수라장이 된 최씨 출석 장면을 본 한 참모는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까지 직접 겨냥하게 될까 우려 된다”면서 “박 대통령이 의혹의 동굴에서 나오려면 모든 것을 내려 놓는 수밖에 없는데,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최씨 소환에 대해 “각종 의혹이 철저히 규명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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