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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으로 치장한 최순실, 얼굴 가리고 입 막은 채 “죄송”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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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취재진 300여명 몰려… 최씨 인파에 밀려 신발 벗겨져
“최순실, 박근혜 하야 지시하라” 팻말도
저녁식사 곰탕 맛있게 먹어
‘청와대 근무의혹’ 아들 존재 안 해
변호사 “최, 신경안정제 복용… 전날 서울 시내 호텔서 묵어”
모습을 드러낸 비선실세에 분노는 높았다.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나온 최순실(60)씨 앞에 시민과 취재진, 검찰 관계자 등 수백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군중의 구호와 비명에 혼이 나간 듯한 최씨는 흐느끼며 국민에게 사죄했다.
피의자 신분의 최씨는 31일 오후 3시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타났다. 검정색 코트에 검정 벙거지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검은 바탕에 흰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스카프를 두르고 손으로 입을 막아 최씨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에 놀란 듯 최씨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베일에 싸였던 최씨의 등장을 지켜보기 위해 청사 앞에는 국내 언론은 물론, 통신사 AP AFP와 일본 방송사 NHK TBS 후지TV 등 외신 기자까지 300명이 빼곡히 들어찼다. 한 방송사는 헬기까지 동원했다. 당초 검찰ㆍ변호인과 출입기자단의 협의로 대국민 사과 등 최씨가 입장을 밝힐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시위대가 쏟아져 나오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단체 민중연합당 흙수저당과 한국청년연대 등의 회원 30여명은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하야를 지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최순실 구속,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을 스스럼 없이 대하던 비선실세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최씨는 밀려드는 취재진과 시위대에 떠밀려 균형을 잃고 쓰러지며 왼쪽 신발이 벗겨져 양말 바람으로 청사에 들어섰다. 70만원대로 알려진 최씨의 프라다 구두 한 짝은 검찰 직원이 주워 전달했다. 최씨는 떠밀려 청사 현관문을 지나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는 말을 겨우 남겼다. 보안문을 통과하면서는 흐느끼며 “죄송합니다”라고 재차 사죄했다. 이후 청사 엘리베이터를 탄 뒤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귀국한 최씨는 서울 시내 호텔에서 묵었고, 몇 년 간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 신경안정제를 복용 중”이라며 “최씨 딸 정유라씨는 당분간 입국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가 들어간 뒤 오물을 든 박모(43)씨가 청사 안에 들어가려다 보안요원에 잡혀 청사에 오물을 투척하는 일도 있었다.
한쪽 신발은 벗겨지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청사로 들어선 최씨는 7층에서 한웅재 형사8부장과 20분간 면담했다. 한 부장검사는 “(의혹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억울한 점이 있으면 소명하라”고 운을 뗐다. 이어 부장실에 놓인 자신의 쌍둥이 딸 사진을 보이며 “나도 딸이 있다. 독일에 있는 딸(정유라)을 생각해서라도 의혹이 규명되도록 잘 진술하고 판단하라”고 최씨를 안정시켰다. 최씨는 “저 때문에 이런 혼란이 생겨 매우 죄송하다. 조사 잘 받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벗겨졌던 신발도 전달 받아 신었다.
최씨는 7층 영상녹화실에서 여러 검사들에게 돌아가며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큰 문제 없이 조사는 잘 진행되고 있다. 본인도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고 알렸다.
저녁 식사는 인근 식당에서 배달된 곰탕을 먹었다. 밥을 한 숟가락 정도 남기고 “맛있게 먹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최씨 측 요청에 따라 변호사 입회 하에 처방받은 약도 먹도록 하고 있다. 이 날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한편, 전날 오전 최씨가 귀국했을 때 공항에서 최씨를 마중한 남성들의 신원은 변호인 사무실의 사무장과 사설 경호원으로 확인됐다. 최씨의 재혼 전 남편 사이에서 생긴 아들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최씨 진술과 제적 등본 등으로 확인한 결과 최씨에게는 아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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