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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포카'만 수십장 그래도 사야겠지? … 아이돌 앨범의 상술

입력
2016.10.31 08:08

[한국스포츠경제 허인혜] "'아이오아이(I.O.I)' '너무너무너무' 앨범 구성을 알려주세요."

아이돌 그룹의 새 앨범, 새 노래가 발매 조짐을 보이면 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있다. 신곡과 앨범 컨셉트도 중요하지만 '이것'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다. 앨범 구성이다. CD 한 장과 앨범 화보로 단순하게 구성됐던 앨범들은 좀 더 세분화되고 디테일을 가미해 '포카'(포토카드) '포스터' '멤버별 표지' 등 다양한 굿즈(상품) 버전으로 진화했다.

▲ 트와이스 미니앨범 3집 'TWICEcoaster : LANE 1'의 A·B버전/사진=JYP엔터테인먼트

랜덤부터 AㆍB 버전까지 포카의 확대

17일 출시된 아이오아이의 '너무너무너무' 는 앨범과 화보 부클릿(소책자), 랜덤 포토카드로 구성됐다. 발매 전 예약 팬들에게는 포스터를 줬다. 24일 자정 공개된 트와이스의 'TT'는 AㆍB버전 앨범에 포토북과 랜덤 CD, 홀로그램과 일반 포토카드, 사진에 스티커 등의 사은품이 채워져 '혜자구성'(풍성한 구성이라는 의미)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각 멤버의 포토카드와 CD 커버가 모두 랜덤이므로, 가능한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멤버가 많을수록 구성의 수도 비례하는 셈이다. 엑소가 2015년 발매한 '엑소더스'의 앨범 버전은 앨범에 참여한 10인의 멤버 표지와 한국ㆍ중국어판으로 무려 20종에 달했다.

다소 특이한 앨범 패키지로 승부를 거는 경우도 있다. 이달 초 나온 샤이니의 '1 of 1'은 복고 컨셉트에 맞춰 한정판 카세트테이프를 내놨다. 2013년 에프엑스의 '핑크테이프'는 비디오테이프를 연상시키는 포장으로 팬들을 저격했다.

▲ 샤이니 정규 5집 '1 of 1' 한정판 카세트테이프 패키지/사진=SM엔터테인먼트

구성 풍성할수록 앨범 판매량↑

소녀시대가 2010년 발매한 '훗'은 현재 앨범 구성의 시초라 볼 수 있다. 포토카드 18종 중 1장을 랜덤으로 넣는 방식이 이때 처음 나왔다. 프리미엄판 3종 등 4종의 앨범을 냈다. 프리미엄판에는 6곡을 추가하고, 뮤직비디오가 수록된 DVD를 증정했다. 직장 동료 샤이니도 2009년 '링딩동'까지는 포토카드가 없다 2010년 '루시퍼'부터 제작됐다. 이후 랜덤 포토카드와 포스터, 한 앨범 다른 버전의 구성은 SM엔터테인먼트 앨범의 공식이 됐다.

랜덤 굿즈를 앨범 구성에 넣는 이유는 판매량 때문이다. 동일 구성이라면 한 장만 살 팬이더라도 욕심을 내 두세 장을 구매할 명분을 만들어 준다. 랜덤 포토카드를 중복 없이 모으려는 팬들은 최소 멤버 수만큼의 앨범을 구매해 중고 장터나 팬 커뮤니티에서 카드를 교환해야 한다.

'초동 판매량'도 앨범 구성이 이끈다. 초판 예약을 해야만 받는 한정 사은품이 끼어 있어서다. 이렇게 올린 초동 판매량은 앨범 전체 판매량과 초기 차트 진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 엑소 정규 2집 '엑소더스(EXODUS)'의 멤버별 표지/사진=SM엔터테인먼트

"상술" vs "필수"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팬심으로 어차피 살 앨범, 버전이라도 다른 게 낫다는 주장도 있다.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은 "앨범을 수십장 구매할 때는 팬 사인회 응모도 목적이지만 응원하는 가수의 판매고를 높여주려는 의도도 있다. 이런 팬들은 구성이 같든, 다르든 수십 장의 앨범을 구매한다. 버전이라도 다른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팬들의 구매욕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같은 앨범을 여럿 구매하게 만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학생 팬'으로 자칭한 네티즌은 "앨범 한 장을 사기도 벅찬데, 여러 장의 앨범이 나오면 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을 얻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특별판' 상술은 1세대 아이돌 시절에도 있었다. CD와 카세트테이프로 음반을 내던 시절, 두 배 가격의 CD를 사고 공식 홈페이지에 인증하면 콘서트 영상 등을 보여줬다. 신화, 젝스키스, H.O.T. 등은 공식 팬클럽 모집 공지도 앨범 속 공지사항을 통해 진행했다. 이들이 활동하던 1990년 후반에는 지금과 같은 대규모 굿즈의 개념이나 인터넷 소식통이 없어 특별판이 유일한 창구였다.

허인혜 기자 hinhy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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