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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탄핵 촛불’ 2만개 타오르다… 전국 朴 대통령 비판 대규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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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29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시민들은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거리로 뛰쳐 나온 집회 참가자는 경찰이 예상한 인원의 3배를 훌쩍 넘어 분노한 민심을 대변했다.
500여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은 당초 집회 인원을 3,000~4,000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참가자는 9,000여명(주최측 추산 2만명)에 달했다. 집회 장소인 청계광장은 물론 주변 청계천로까지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시위 인파로 빼곡히 채워졌다.
대학 점퍼를 입고 온 학생들과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10대 청소년과 60~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이날 촛불을 들고 박근혜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앞서 이날 오후 인사동에서 열린 ‘박근혜가 망친 민주주의, 청소년이 살리자’ 집회에 참가했다 청계광장으로 이동한 중학생 박모(16)양은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성적을 받고 더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국가가 망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는 걸 봐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정부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한수지(25ㆍ여)씨는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나라가 이런 꼴이라는 게 너무 허탈하고 분노해서 나왔다”며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모(53)씨는 “대통령이라는 위치에서 국정을 이렇게 운영한 것도, 누군가의 보호에 의해 정치를 한 것도 잘못된 일”이라며 “대통령 비서진들도 제대로 발언조차 못하고 비선실세 몇 명에 의해 국가가 통치된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다”며 분개했다.
집회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송영길ㆍ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회찬ㆍ이정미ㆍ김종대 정의당 의원, 무소속 김종훈 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처벌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국민들이 (하야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도 “박 대통령은 국민 뜻에 따라 즉시 옷을 벗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진정한 자유의 나라 위해, 안전한 나라 위해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집회 참가자가 늘어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충돌을 일으키지 말자’는 자정 움직임도 일었다. 정현찬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우리 모두 촛불을 들고 일어서자”면서도 “서로 싸우기 위해 온 곳이 아니다. 우리의 적은 이곳이 아니라 청와대에 있다”며 경찰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경계했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치고 오후 7시 10분부터 종로를 거쳐 인사동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 차벽에 경로가 막히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우회하기 위해 광화문광장 쪽으로 이동하다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과 밤 늦게까지 대치했다. 경찰은 서울 도심 집회 현장 곳곳에 72개 중대 8,0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불상사에 대비하면서 청와대로 향하려는 시위대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울산 인천 제주 전북 전주 등 전국 곳곳에서도 박 대통령 하야와 내달 12일 예정된 민중총궐기 동참을 호소하는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민중총궐기 울산조직위원회가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주최한 집회에는 1,000여명이 참석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실제 대통령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국민의 분노는 대통령 하야 말고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외쳤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40여 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회의’도 전주 완산구 세이브존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홍보물을 배포하며 선전전을 벌였다. 전주 지역 시내버스 기사들은 대통령 하야에 찬성하는 의미로 특정 시간에 3분간 경적을 울리겠다는 안내판을 버스 안에 게시하기도 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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