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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데 화나… 최순실 게이트 패러디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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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는 패러디(Parody)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짤방’ ‘최순실 드립 모음’같은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특별한 관계, 그로 인한 국정 난맥상을 비판하는 짤(사진)과 드립(즉흥적인 한 마디 말)이 넘친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합성 사진이나 만화 또는 캘리그라피로 믿기 어려운 국가의 현실을 풍자한다. 패러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나친 희화화가 풍자를 넘어 인격 훼손과 모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가 만들어낸 패러디는 당장 조롱과 헛웃음을 자아내지만 오래 남은 뒷맛은 서글픔뿐이다. 한 장의 짤, 한 마디의 드립 속에서도 의혹은 조목조목 부각된다. 오늘도 웃픈(웃긴데 슬픈) 대한민국은 패러디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가. 몇 가지 사례를 모아보았다.
#1. 대통령이 누구야?
22일 방영된 무한도전 ‘나는 자연인이다’편의 한 장면이 패러디의 소재가 됐다. 산 속에서 세상과 담 쌓고 사는 더벅머리 정준하는 뜬금 없이 “대통령은… 지금 누구예요?”라고 묻는다. 대통령 위에 최순실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세간의 소문을 연상시키는 공교롭고도 기막힌 장면이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hongj****는 한 이대생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보낸 공개 서한 ‘어디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를 패러디 해 ‘어디선가 대통령을 하고 있을 너에게’라는 손 글씨를 정성스럽게 써서 올렸다.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문구와 함께 명성황후처럼 합성된 최순실씨 사진은 웃기지만 소름이 끼친다.
#2. 꼭두각시 조종자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Metallica)의 앨범 ‘Master of Puppets(꼭두각시 조종자)’ 재킷 이미지에 꼭두각시 중년여성을 조종하는 최씨가 등장한다. 비록 얼굴은 가렸지만 이 중년 여성이 누군지는 명확하다. 최근 대통령 뒤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최씨의 행적을 풍자하기에 충분한 이유는 또 있다. ‘Master of Puppets’는 마약이 사람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게이머가 캐릭터를 공주로 키워가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한 장면에 박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한 패러디도 있다.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은 박 대통령의 사진은 주요 행사에 입을 의상마저 최씨가 골랐다는 의혹을 꼬집는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도 눈에 띈다.
#3. 빨간펜 선생님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은 여성이 순수함의 상징인 토끼 옆에 앉아 자상하게 첨삭지도를 해주는 그림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게 최씨의 취미였다”는 측근의 주장을 풍자했다. 그렇다면 순수토끼는…. 곰돌이 ‘푸’도 연설문 패러디의 소재가 됐다.
#4. 우주의 기운
종교적인 측면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해석하는 시각도 다양하게 양산되고 있다. 야당은 ‘신정정치’ ‘심령대화’ ‘주술적 예언’ 등의 표현을 동원해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종교적 믿음과 조언이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그간 발언 중 ‘혼’ 또는 ‘우주의 기운’을 언급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과거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박 대통령이 눈을 감고 두 손을 올리는 정지 장면에 ‘siri(최순실)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라는 제목을 달아 텔레파시로 누군가와 대화 중인 듯한 느낌을 준다.
#5. 사퇴하세욧! 빼애애액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는데 국정감사 도중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향해 ‘사퇴하십시오’라고 다짜고짜 고함을 친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의 사진이 소환됐다. 고개를 숙인 박 대통령의 사진과 한 쌍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를 전후해 ‘탄핵’ 또는 ‘하야’관련 단어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는 등 민심은 뒤숭숭하다.
#6. 기타
누군가 개헌카드를 들고 비상구로 달리는 픽토그램 이미지는 박 대통령이 선언한 개헌 추진 자체가 최순실 게이트 물타기임을 주장하고 있다. ‘조사는 하겠지만 빈 박스로 조사하겠다’는 제목의 사진은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의심하는 뉘앙스다.‘구조를 하라니깐 구경을 하고… 사과를 하라니깐 대본을 읽고…’ 운율을 맞춘 긴 문장이 박힌 티셔츠 사진은 한 마디로 ‘노답(답이 없음)’이라는 표현으로 함축된다.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눈물을 흘릴 수도 없는 오늘 현실에서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문구가 저절로 눈에 띈다. ‘국민은 바보가 아냐’.
사진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캡처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권수진 인턴기자(한양대 철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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