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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에 떠밀린 朴… 靑참모진 이르면 내일 교체

입력
2016.10.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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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비서관에 일괄 사표 제출 지시

사과 뒤 사흘 내내 “숙고” 되풀이만

여론 악화되자 뒤늦게 달래기 나서

정부 개편 등 다른 쇄신안은 없어

사태 책임 수석ㆍ3인방 유임 땐 역풍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체코 덴마크 등 주재 신임 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수여하기 위해 청와대 인왕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체코 덴마크 등 주재 신임 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수여하기 위해 청와대 인왕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저녁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이날 밤 늦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박 대통령은 조만간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사 단행 시기는 30일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정부 개편이나 거국 내각 구성 여부 등 다른 국정 정상화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 수습의 핵심인 ‘문고리 3인방(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비서관)’의 교체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개각은 청와대 개편을 마친 뒤 순차 단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거국 내각 구성은 적극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25일 최순실(60)씨의 국정 개입을 시인하고 사과한 뒤 사흘을 흘려 보내고 나서야 청와대에 국한된 인적 개편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는 사흘 내내 “박 대통령이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놓아 안일하고 오만하다는 비판을 샀고, 여권은 극심한 무기력에 빠졌다. 이에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28일 저녁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미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냈으며, 다른 참모들도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혀 여론 달래기에 뒤늦게 나섰다. 이어 약 3시간 만에 박 대통령이 수석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한 것까지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 쇄신안을 내놓으라는 민심의 요구에 떠밀리듯 청와대 개편 방침을 밝힘에 따라, 국면 전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종 실장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은 교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비서관 3인방의 교체 여부이지만, 28일까지는 박 대통령이 그들을 일단 지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운영위에서 3인방의 사표 제출 여부에 대해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언급을 피했다. 이원종 실장도 전날 운영위에서 “3인방이 일하는 것을 지켜 보았는데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제 눈에는 안 보였다”고 두둔했다. 박 대통령이 안 수석과 우 수석, 3인방 중 일부를 유임시킨다면, 청와대의 불통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국무위원 인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재정비한 뒤 시간을 두고 순차 개각에 나설 전망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까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많지만,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박 대통령은 당분간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쇄신 구상을 마련할 전망이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 게이트의 수습책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민 불안 해소와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을 위해 다각적인 방향에서 심사숙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노한 민심이 박 대통령에 ‘심정적 탄핵 선고’를 내렸는데도 박 대통령은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이 인정하는 거국 내각 구성’, ‘박 대통령의 여당 탈당 등 정치 불개입 선언’ 등 박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대안들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었다. 실제 그간 청와대 안에는 “거국 내각 구성은 스스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뛰어드는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우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1시간30분 간 독대했다. 박 대통령이 여론을 청취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지만, 청와대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온 이 대표만 따로 만난 것 자체가 적극적 쇄신 의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발표에 대해 구두 논평을 내 “국민을 떠보려는 미봉책으로는 결코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음을 분명하게 경고한다”며 안 수석과 우 수석, 비서관 3인방의 경질을 압박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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