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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휴가 때 선택한 책… 생명의 흐름을 추적하다

입력
2016.10.28 11:28

바이털 퀘스천

닉 레인 지음ㆍ김정은 옮김

까치 발행ㆍ416쪽ㆍ2만3,000원

빌 게이츠는 매년 자신이 읽은 책 중 5권을 골라 하계 휴가에 읽을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올해엔 조금 심각한 수준의 과학책을 골라서 화제가 되었다. 그 책이 바로 닉 레인의 ‘바이털 퀘스천’이다. 닉 레인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유전, 진화, 환경학과의 생화학자로, 2010년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생명의 도약: 진화의 10대 발명’을 썼고 ‘미토콘드리아’ ‘산소: 세상을 만든 분자’ 등의 수준 높은 저작들을 연이어 내놓은 이 분야 권위자다.

생물학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 현재 인류는 생명의 진화와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지식이 중심이 된 현재의 생명공학만으로는 생명이 어디서 탄생했고, 왜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번식을 위해서 왜 짝짓기가 필요하고, 또 그로 인해 노화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운 커다란 공백이 있음도 분명하다. 도대체 생명이란 무엇이며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문제에 대한 과감한 도전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닉 레인은 전작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이미 세포마다 평균 300~400개씩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생산하는 세포기관이며, 원핵 세포가 다른 세포를 받아들이는 세포 내 공생을 통해서 미토콘드리아를 받아들임으로써 ‘단 한번’ 진핵세포로의 변신에 성공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포획과 에너지 생산으로 복잡한 진핵세포로의 진화가 가능해졌으며, 진핵 생물의 선택 지형을 바꾸었고, 세포의 부피와 유전체의 크기를 수십만 배까지 팽창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에너지가 진화의 중심이며, 생명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전자만이 아니라 에너지를 핵심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입각해 그는 “살아 있는 모든 세포는 본질적으로 양성자의 흐름을 통해서 스스로 동력을 생산한다. 이런 양성자의 흐름은 전류에서 전자가 흐르듯이 양성자가 흐르는 일종의 양전기(proticity)라고 할 수 있다. 호흡 과정에서 양분의 연소를 통해서 얻은 에너지는 막 너머로 양성자를 퍼내는 데에 이용되고, 막 너머에는 양성자 저장소가 형성된다. 이렇게 저장된 양성자는 다시 막 안쪽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마치 저수지에 갇혀 있던 물이 수력 발전용 댐의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렇게 막을 경계로 한 양성자의 농도 차이, 즉 양성자의 기울기(gradient)가 세포의 동력”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책의 제3장 ‘생명의 기원과 에너지’에서는 세포의 물질대사 경로와 세포의 탄생을 설명하는데, 세포의 탄생에 배경을 제공한 것은 심해의 염기성 열수 분출구이며, 그곳의 암석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조합은 세포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관점에서의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죽음은 전자와 양성자 흐름의 중단, 막전위의 붕괴, 꺼지지 않는 불꽃의 소멸이다. 만약 생명이 쉴 곳을 찾는 전자의 흐름일 뿐이라면, 죽음은 그 전자가 멈추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전문적이어서 읽기 쉬운 책이 아니지만, 유전자라는 정보 복제체계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에너지를 통해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차분히 읽어볼 만 하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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