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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사과 발표 이틀 만에 부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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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통ㆍ행사 참석자 모두 굳은 표정… 축제의 지방자치박람회장 불편한 침묵
27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 참석한 전국 단체장 및 관계 공무원 등 800여명은 대부분 굳은 표정이었다. 이틀 전 ‘최순실 비선 역할’을 시인한 박근혜 대통령과 축제의 자리를 함께 하는데 대한 묘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정시간에 맞춰 개막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국민의례, 행자부 장관의 개회사, 부산시장의 인사말, 표창 수여 등에 이어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박 대통령은 ‘중앙과 지방이 손발 맞춰 생활자치를 실현하고, 책임 있고 성숙한 지방정책을 실현하자’라는 등 7~8분의 의례적 연설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와 홍보부스 4곳을 둘러본 뒤 정오를 조금 넘겨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박 대통령은 당초 광역단체장 등 행사 주요 참석자와의 오찬에 이어 이날 오후 1시 30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바르게살기운동 전국대회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혔다. 하지만 하루 전 나머지 일정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게살기운동 전국대회는 이날 전국에서 1만여명이 모인 대형 행사였다.
이날 지방자치박람회 행사에 참석한 한 광역단체장은 “원래 이런 모임에는 공식 행사 직전 대통령과 시ㆍ도지사들이 만나 잠시 환담을 나누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가볍게 건의도 하고 그러는데, 오늘은 환담자리는 물론 대통령과의 점심식사 자리도 취소되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 앉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중부권의 공무원 A씨는 “행사장 내부는 다소 긴장감이 흐르는 수준이었으나, 행사장 주변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대학생 시위가 벌어졌다는 얘기를 듣고는 묘한 기분이 들었으며, 잠시 행사장이 어수선한 느낌도 있었다”고 말했다.
남부권의 공무원 B씨는 “평소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 지지자였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지난 대선 때 왜 박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국이 어수선해 오늘 부산까지 내려올 줄 몰랐는데 행사에 참석해 의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접 대통령의 얼굴을 보니 인간적으로 안타까워 보였으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며 “공무원 신분으로서 어떻든 대통령이 흔들리면 국가가 흔들리고, 국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되길 바란다”고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경북의 공무원 C씨는 “안타까웠다. 정권을 창출한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박 대통령의 그늘이 컸는데,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먼 발치에서 나마 마주보니 불편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참석한 한 주민자치위원은 “박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3, 4차례 박수가 나왔으나 예전처럼 연호가 없었으며, 열렬한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공무원 D씨는 “중앙부처 참석 공무원들은 말은 안 해도 충격이 크겠으나 자치단체 행사다 보니 차분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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