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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시대… 위기 속 재도약 새판 짤까

입력
2016.10.27 04:40

갤노트7 파문에 신뢰 회복 절실

바이오 의약품ㆍAIㆍ전기차 등

새로운 성장 동력 육성도 과제

“혁신 위해 창의성ㆍ소통 필요”

이재용 호(號)가 닻을 올린다. 발화(發火) 사고로 인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전자 분사와 주주 배당 강화 요구, 스타트업 문화 혁신 과제 등 거센 파도를 헤치고 순항할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3세 시대가 열리며 삼성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할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세계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찬성을 권고했다.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투자위원회를 통해 동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만큼 안건은 무난하게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새 이사회의 사내 이사진(등기이사)은 이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부품부문장), 윤부근 사장(소비자가전부문장), 신종균 사장(정보기술ㆍ모바일부문장) 등 4명으로 구성된다. 이 부회장은 각 부문을 조율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법적 책임을 지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의 이사회 합류로 이사회 역할이 강화되면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기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면한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우선 갤럭시노트7으로 실추된 삼성의 이미지를 회복시켜야 한다. 금전적 손실(7조원)도 아프지만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신뢰 상실이다. 리콜 후 새 제품에서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치명타다. ‘1년 후 새 기기로 교환 시 사용하던 남은 할부금 면제’ 카드에도 교환율은 크게 올라가지 않고 있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8의 성패가 이 부회장의 능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도 쉽지 않은 숙제다. 삼성은 이미 화학, 방위산업 매각에 이어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등 비주력사업에 대한 정리 작업이 한창이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과 생산(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4조원을 투입했다. 인공지능(AI) 기술개발을 위해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 개발자들이 설립한 비브랩스도 인수했다. 지난 7월 전장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에 5,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그룹(FCA)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도 추진 중이다.

신수종 사업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속도를 올려야 한다. 삼성의 한 임원은 “새로운 사업들이 삼성전자 등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 판이 마련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좀더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판 짜기는 삼성물산 중심의 지주회사 설립과 같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안팎에선 이재용 시대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강점인 자신감과 추진력은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춰 삼성의 혁신을 과감하게 주도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일단 등기이사 선임으로 책임 경영의 필요 조건은 갖춰졌다”며 “법적 책임까지 자신이 지겠다는 자세로 의사결정을 진두 지휘해 리더십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삼성그룹을 이끌어가려면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키워서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프린터 사업부 매각처럼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거나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효율성보다는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처럼 단순히 선언에서 끝나선 안 된다”며 “이 부회장부터 열린 자세로 소통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이 소수 수뇌부 의견만 듣지 말고 삼성 안팎의 의견을 들어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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