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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벽’ 못 넘은 백남기씨 부검영장

입력
2016.10.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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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한 집행 의지 보였지만

중대 1000명 배치 등 만반의 준비

시민들 “부검 말고 특검하라” 맞서

결국 충돌 우려해 강제 진입 포기

2. 법원, 재발부 여부는 미지수

유족, 여러 차례 거부 의사 표명

‘외인사’ 정황 속속 드러나 신중

경찰이 고 백남기씨 시신에 대한 2차 부검영장 시한 마지막 날인 25일 오후 2차 집행을 시도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경력 1,000여명을 배치했지만 시민들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경찰이 고 백남기씨 시신에 대한 2차 부검영장 시한 마지막 날인 25일 오후 2차 집행을 시도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경력 1,000여명을 배치했지만 시민들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경찰이 고 백남기씨 시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 집행에 실패했다. 집행 만료일인 25일 2차 집행을 시도했으나 결국 시신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법원에 영장을 재신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찰은 악화하는 여론과 조건부 영장의 부담을 감안해 부검영장을 다시 발부 받은 뒤 유족을 설득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백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 2차 부검영장 집행을 단행했다. 경찰은 3시간 만에 물러선 23일 1차 집행 때보다 1개 중대가 늘어난 9개 중대 1,000여명의 경찰력을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주변에 배치하고 백씨 시신을 이송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차량도 준비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경찰은 강한 집행 의지와 달리 이번에도 충돌을 우려해 강제진입은 시도하지 않았다. 홍완선 종로서장은 유족 측 변호인단과 두 차례 면담을 하며 협의를 요청했으나 백씨 큰 딸 도라지씨 등 유족은 완강히 거부했다.

경찰의 영장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대병원에 상주하던 시민 500여명도 이틀 전보다 더 격렬하게 맞섰다. 백남기투쟁본부와 시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장례식장 출입구와 주차장을 폐쇄하고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 지하1층 안치실에 테이블 50여개로 바리게이트까지 설치했다. 이들은 ‘우리가 백남기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부검 말고 특검하라” “박근혜는 물러나라”등 구호를 외쳤다. 노회찬 박주민 윤소하 의원 등 야권 인사들도 장례식장을 찾아 부검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경찰은 결국 “일몰 이후에는 영장을 집행 할 수 없다”며 오후 5시50분쯤 경력을 철수시켰다. 홍완선 종로서장은 “경찰의 적법한 영장집행을 실력으로 저지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사인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투쟁본부에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영장집행을 포기하면서 백씨 사인을 놓고 촉발된 부검 논란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관된 부검 강행 의지에도 경찰이 영장집행에 끝내 실패한 것은 정당성을 상실한 탓이 크다. 경찰은 백씨 죽음을 ‘병사’로 기재한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부검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외인사’임을 입증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특히 경찰 물대포가 백씨 부상을 유발한 원인이 됐다는 상황속보가 공개되자 더욱 궁지에 몰렸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이 부검 이유로 내세운 빨간우의 가격설마저 사실무근으로 밝혀진데다 ‘유족과의 협의’를 명시한 영장 조건도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부검 의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경찰은 공권력의 권위 실추를 우려해 부검영장을 재신청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두 차례 영장집행을 시도한 것 역시 재신청을 고려해 법원에 보내는 메시지란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집행 유효기간이 경과하고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재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형사소송법에 있다”며 “집행 절차에 하자가 없었던 만큼 영장을 다시 발부 받아 유족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또 다시 부검영장을 발부할지는 미지수다. 백씨 부검 논란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가 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조건부’ 영장발부라는 지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여러 차례 부검 거부 의사를 표명한 유족 입장에도 조건을 붙여 영장집행을 허락한 법원의 결정 자체가 처음부터 실현가능성이 없었다”며 “사인이 명확하게 드러난 만큼 법원도 영장발부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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