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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ㆍ박지원 등 “禹 해임” 거론 신경전도

입력
2016.10.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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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前 여야 지도부와 환담 자리

朴 “의혹만 갖고는 자를 수 없다”

연설 35분… 野 의원 일부도 박수

입ㆍ퇴장 때는 모든 의원 일어나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내 개헌’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낸 박근혜 대통령의 24일 국회 시정연설은 2017년 정부 예산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 협조 당부라는 연설 본래 취지보다 개헌에 훨씬 더 관심이 쏠렸다.

이날 오전 10시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여야 의원들은 전원 기립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며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4년 연속 국회를 방문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국회에 대한 존중과 협력의 뜻을 보여줬다”며 박 대통령을 맞았다.

시정연설은 35분가량 이어졌고, 총 23차례의 박수가 있었다. 개헌 관련 연설 동안만 7번의 박수가 나왔고, 일부 야당 의원들도 가벼운 박수를 쳤다. 박 대통령은 “(개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손을 들어 앞으로 힘줘 내밀기도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연설 동안 ‘편파기소 야당탄압’ ‘#그런데 비선실세들은?’ ‘#나와라 최순실’ ‘백남기 부검 대신 사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어 항의의 뜻을 전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입장과 퇴장 때 모두 일어나 나름의 예의를 표시했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의 시위에 시정연설이 15분가량 지연된 것과 비교된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퇴장하는 가운데 통로로 몰려나와 박수를 치거나 악수를 하며 환송했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ㆍ여야 지도부와 가진 환담 자리에서도 개헌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대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야당 대표들의 요구에 “의혹만 갖고 그럴 수 없다”고 거부하며 살짝 신경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항간에 ‘좌순실-우병우’라는 말이 있다. 우병우 수석은 본인에 대한 수사를 본인이 지시하고 보고받는데 수사에 신뢰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어 오전 의원총회를 주재하다 환담 장소에 늦게 도착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향해 박 대통령은 “안 보이시더라”며 인사했고, 박 위원장은 “결례를 범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곧바로 박 위원장도 과거 김대중정부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낼 때 의혹이 제기되자 장관에서 물러나 수사를 받았던 일, 전날 영화 ‘자백’을 관람한 일 등을 언급하며 우병우ㆍ최순실 두 사람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의 불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신뢰 차원에서 우 수석을 빨리 해임하고 검찰 조사를 믿어달라고 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동조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의 연이은 압박에도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져 봐야 하지 않느냐”며 “의혹만 갖고 어떻게 사람을 자를 수 있나. 그럼 누가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곁에 있던 황교안 국무총리도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고 특검을 포함한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거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정색 재킷과 정장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은 심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오늘 우리가 똑같이 까만 옷을 입었네요”라고 말해 잠시 웃음도 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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