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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ㆍK 수사에 특수부 투입 검토…檢의 뒷북

입력
2016.10.24 04:40

박대통령 ‘엄정 처벌’ 언급 후에야

부랴부랴 수사 인력 확충 나서

전 미르 이사장 등 소환조사 불구

최순실 등 핵심인물 대부분 잠적

뒤늦은 수사 행보에 성과는 미지수

차은택 “검찰 조사 성실히 임할 것”

미르ㆍ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특수부 검사를 파견해 수사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두 재단 주요 관계자 등을 잇따라 소환하면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 측근이자 미르재단 실세로 지목된 광고감독 차은택씨는 한국일보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23일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수사를 맡고 있는 형사8부(부장 한웅재)에 3차장 산하 부서의 검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차장 산하 부서에는 인지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부와 첨단범죄수사부, 강력부 등이 있다. 두 재단 관련 논란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를 중심축으로 한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수렴되고 있는 만큼 특수부 검사 파견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스포츠재단의 자금이 최씨 소유 기업인 ‘더블루K’로 흘러들어간 의혹이 제기되는 등 수사 범위가 확장되면서 특수수사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인력 확충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에 특수부가 아닌 형사8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있었음에도 뒤늦게 검사 2명을 추가한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엄정 처벌’ 언급 전까지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미 독일로 출국해 행방이 묘연한 최씨를 비롯해 상당수 핵심 관련자들이 해외에 머물고 있거나 재단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잠적한 상태여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직원 등을 소환해 재단 모금 경위 등을 조사하는 한편 23일에도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 출범과 함께 초대 이사장에 올랐지만 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9월 물러났다. 그는 박근혜 정권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감독 차씨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다닐 당시 은사였다.

검찰은 이날 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필승 상임이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박모 과장도 불렀다. 검찰은 김 이사를 상대로 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 최씨가 개입했는지 등을, 박 과장을 상대로는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문체부 허가가 나오게 된 경위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씨는 한국일보에 “곧 검찰에서 소환한다고 들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출장 중인 그는 “몇몇 언론은 내가 도피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국 문제가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중국) 일이 더디게 진행돼 아직 체류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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