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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칼럼] 검찰 권력의 사유화ㆍ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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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사드, 세월호와 노사관계, 고위검사들의 부정, 미르ㆍK스포츠 재단 문제 등에서 난무하는 거짓과 불법적 행태를 보며 나라 ‘꼴’이 말이 아니라고 속상해하는 이들이 많다. 거기에다 4ㆍ13총선 선거법위반 기소문제와 관련,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검찰권 행사의 부끄러운 모습도 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과 정부는 법을 매개로 신뢰관계가 형성되는데, 그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윗선을 의식하여 국가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이는 공권력이 사유화ㆍ무력화되는 증좌다.
지난 13일 ‘4ㆍ13총선’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끝나면서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자 33명을 기소했다. 그 기소를 두고 편파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야 ‘법과원칙’을 외치며 공권력을 제대로 집행했다고 당당하겠지만, 그 조치를 바라보는 국민은 아직도 저 수준밖에 이르지 못한 검찰에 분개한다. 검찰이 같은 잣대로써 기소여부를 결정했을 터인데, 저들이 사용한 잣대는 고무줄과 같았다. 들쭉날쭉한 결과는 법 탓이 아니라 검찰도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압력 때문이겠지. 검찰의 공권력 행사를 우려하는 것은, 검찰이 바로 서지 못하면 나라 기강도 나라 자체도 무너진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언론에 난 대로라면, 9만명에 모종의 문자를 보낸 검찰 출신의 김진태 의원은 선관위가 “허위 사실 공표”를 이유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는데도 무혐의처분 됐다. 이는 유권자 50여명 앞에서 자신의 업적을 ‘과대홍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박영선 의원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보다 못한 선관위가 재정신청으로 검찰에 수치를 안겨주었다. 이러고도 검찰은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없다. 이 대목에서 검찰이 어떤 외적 의지에 굴복, 무력화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틀린 것인지 묻고 싶다. 더구나 박 의원이 검찰 개혁을 앞장서 외쳐왔다는 점에서 그 기소가 ‘보복적’ 성격마저 띄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는 검찰 권력의 반개혁성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공수처 담론은 이런 검찰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적 고려 때문인지 법치가 능멸을 당한 경우는 또 있다.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청와대 전 정무수석 등 세 측근의 경우다. 이들은 소위 ‘김성회 녹취록’ 사건과 관련하여 고발됐다. 새누리당 전 의원 이재오는 그들의 행위를 ‘공갈 협박’에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들마저 불기소처분하고 말았다. 이게 될 말인가. 이들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린 자들이 윗분의 심기를 살피기 전에 국가 권력의 사유화를 두고 정말 속상해하는, 그대들의 봉급을 담당하는 납세자들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고려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법치권력이 압력을 의식, 법을 좌우한다면 법은 사유화의 흉기로 현장화된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면, 무혐의처분을 희희낙락할 게 아니다. 윗선에 감지덕지하는 동안 국가권력의 사유화는 심화되고 나라의 골간은 더 허물어진다. 검찰(출신)이라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진태 의원이 국가안위를 생각하는 진짜 보수라면, 자신의 면소를 통해 재래될 법치의 붕괴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조선일보와 맞섰던 그 결기로 자신에게 무혐의처분을 내린 검찰에 맞서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지난날 자신의 ‘극우애국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길이자, 김 의원 같은 보수가 설 자리를 확보하는 순리이다. 국가기강이 자신들 때문에 허물어지고 있음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세 측근도 검찰의 ‘편파적인’ 온정에 기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내던져 법치적 정의를 자청해야 한다. 그게 용기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길은 공권력의 사유화에 속상해하는 민초들을 위무하는 길이다.
법치권력의 사유화와 무력화가 우리 사회를 허물어가고 있다. 이 때 맹자가 상기시켜 준다. “사람이 반드시 자신을 업신여긴 후에야 남들도 그를 업신여기며, 집안도 반드시 스스로 허문 뒤에야 남들이 허물며,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 쳐부순 뒤에야 남들이 쳐부수게 된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ㆍ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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