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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ㆍ감] 프레스티켓 받으려면 홍보계약서 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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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이런 저런 부작용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지켜만 봤습니다. 법의 취지에 동의했고 부작용을 지적하는 기사에 ‘분노의 댓글’을 다는 여론에도 어느 정도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여론이 분개하는 ‘특권’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불신의 대상이 됐다는 현실에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한데 최근 한 공연기획사로부터 김영란법과 관련해 어리둥절할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통화해 정식 리뷰 요청으로 초대한다”고 이야기를 시작한 이 기획사 대표는 권익위에서 “양식을 만들어 보내야 한다고 해서 위법이 되지 않게 아주 간략히 만들었다”며 ‘홍보계약서’를 첨부했더군요. 거기에는 ‘1. 기획사가 언론사 담당기자에게 공연 좌석을 제공하고, 2. 기자는 공연 관람 후 리뷰 기사를 노출시켜 작품 홍보를 제공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전화를 걸었더니 기획사 대표는 “권익위에 두 차례 문의했고 언론인과 홍보를 전제로 초대석 계약서를 작성해야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익위 쪽 상담 직원의 실명도 댔습니다. 그는 “‘홍보’와 ‘계약서’라는 말은 제가 생각한 게 아니라 권익위에서 실제 들은 답변”이라며 “계약서 양식도 권익위에 물어서 작성했다”고 덧붙이더군요. “계약”이란 말이 이상해 그때부터 녹음 버튼을 눌렀다는 이 대표는 권익위 동의를 받지 않아 지금 파일을 줄 수는 없지만 권익위가 말을 바꾼다면 (담당 직원과)대면할 생각도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권익위가 실제로 ‘홍보계약서’를 쓰라고 했는지, 기획사 대표가 상담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계약서를 임의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언론을 ‘가성비’ 좋은 홍보 도구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 아닌가요.
문화 담당 기자는 ‘알리고 기록할 만한’ 신작, 작가 소개가 맡은 일입니다. 출판면에 신간 리뷰 하려면 제 돈 내고 모든 책을 사 보라거나, 공연ㆍ전시 소개 때는 어떤 티켓이든 직접 사라고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문화 기자들이란 한결 같이 그런 기사로 뒷돈을 챙긴다고 여겼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공연의 경우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들은 지금도 주고 받는 쪽 누구도 위화감 없이 ‘프레스티켓’을 이용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를 두고 ‘기레기’라고 하는 것은 제 역할 못하는 기자들이 있기 때문이지, 언론이 ‘쓰레기’이기 때문은 아니지 않나요.
이 기획사의 홍보계약서를 쓰고 프레스티켓을 받으면 도리어 ‘직무 대가성’이 분명해 김영란법에 명백히 저촉될 것으로 판단해 공연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김영란법은 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이런 미세한 부분이 조금씩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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