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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양육 함께 하겠다는데 왜 핀잔이야?

입력
2016.10.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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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자랄 땐 공부만 하진 않았다”

엄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사교육 정보 등 인식 차이 커

양육 동참이 불화 원인되기도

남편, 연령대별 훈육 공부하고

아내는 이해ㆍ배려로 함께해야

15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맘앤걸스 코딩파티’에 참여한 엄마와 딸들이 저마다 머리를 맞대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과제를 풀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15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맘앤걸스 코딩파티’에 참여한 엄마와 딸들이 저마다 머리를 맞대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과제를 풀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아빠의 양육 동참이 되레 부부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이유는 뭘까. 참여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준비가 덜 된 서툰 상태에서 아빠들이 나서다 보니 보탬 대신 방해로 여겨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우선 아빠는 과거를, 엄마는 현재를 대변한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아빠는 ‘나 자랄 때는 공부만 하지는 않았다’는 식으로 자기 경험만 이야기하고 엄마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며 현재 사교육시장의 흐름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양육 역량에 대한 부부 간 인식 격차도 갈등을 유발한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아버지 양육 실태 연구 과정에서 남성이 양육 역량을 자가 평가하게 하고 여성의 평가와 비교했더니, 예컨대 아빠는 주말에 10시간 동안 자녀를 돌본다고 답한 반면 엄마 답변은 4시간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정보 격차가 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나 학교, 학원 등 엄마에게는 많은 정보원이 있는 반면 아빠한테는 없기 일쑤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평소 자녀 교육과 관련한 대화를 부부가 나누지 않던 상황에서 중요 결정을 앞두고 남편이 한마디라도 하게 되면 물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간섭한다고 아내가 타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부부 공동 양육이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자녀의 원만한 성장을 위해선 아빠의 역할도 긴요하다. 조선미 아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랑 받고 있음을 확인한 아이에게 행동을 통제하는 사회적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육아에 대한 관심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남편은 아버지 교육부터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이영애 숙명여대 사회교육대학원 교수는 “30, 40대 아빠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양육에 관심은 많지만 연령대별 훈육 요령을 모른다”며 “아빠들은 배워야 하고 정부는 지원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빠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이영애 교수는 “사실상 양육 전선의 맨 앞에서 전투를 치르는 사람은 엄마인 만큼 아빠는 든든히 후방에서 지원한다는 마음가짐을 견지해야 한다”며 “아빠보다 남편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진미정 교수는 “아내는 수면ㆍ여가 시간을 양육에 쏟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다”며 “양육 참여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압박감은 남편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남편의 동참을 바라지만 주도권은 잃지 않고 싶은 것이 아내의 마음이다. 김경란 교수는 “사교육시장에 무작정 편승하려는 엄마가 아빠보다 더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아이 성적을 엄마의 인생 성적표로 치환하는 사회 분위기를 못 이긴 탓”이라고 말했다.

아내 역시 남편이 놓인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한테는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공동 육아는 이해와 배려가 담보돼야 한다. 진미정 교수는 “남편의 아빠 역할 수행을 아내가 지지하고 격려할 때 아빠의 양육 자신감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면서 “다른 가족과 비교하며 탓하거나 자책하기보다 특수성을 수용해 자기 가족만의 육아 방식을 마련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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