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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원리 밝혀지면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도…

입력
2016.10.14 15:17

마음의 탄생

레이 커즈와일 지음ㆍ윤영삼 옮김

크레센도 발행ㆍ452쪽ㆍ1만9,800원

레이 커즈와일은 세상이 알아주는 천재다. 불과 15세에 패턴인식을 이용한 작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MIT로 가서 얼마 전 작고한 인공지능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 교수에게 배웠고, 학부 졸업 뒤 ‘커즈와일 컴퓨터’를 세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품인 문자인식(OCR)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구술된 언어를 문자로 바꾸는 음성인식 제품도 개발해 언어처리 분야에서 명성을 이어나갔다. 수많은 제품 개발과 사업적 성공, 왕성한 저술 등의 활동으로 명성을 쌓은 그가 최근 구글의 ‘머신러닝과 언어처리 프로젝트’ 진행 책임자로 임명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발명가 16명에 선정되기도 한 그가 천재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듯하다.

이 책은 인공지능 및 미래학 전문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떨친 센세이셔널한 저작 ‘특이점이 온다’의 후속작이다. 아직까지는 가장 강력한 지능 기계인 인간의 뇌를 분석해 그 작동 알고리즘을 밝혀냄으로써 인공지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 이미 전작에서 주장해왔던 대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가까이 왔다는 점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담겨있는 책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 요인이었던 ‘패턴인식’을 뇌에 적용해 그 작동 알고리즘을 추론해 낸다. 신피질은 거대한 패턴 인식기다. “신피질은 약 50만개의 피질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질 기둥에는 대략 600개의 패턴인식기가 담겨있고, 패턴인식기에는 각각 100여개의 뉴런이 담겨있다. 신피질 전체를 따졌을 때 패턴인식기는 총 3억개, 뉴런은 총 300억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논리를 처리하는 능력은 약한 반면(알파벳을 거꾸로 외워보라. 쉽지 않다),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슈퍼 컴퓨터조차 얼마 전까지도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다음으로 그는 패턴의 계층성을 강조한다. 감각데이터를 처리하는 패턴인식기들이 맨 아래 있고, 맨 위에는 개념적으로 추상적인 패턴을 처리하는 패턴인식기들이 있다. 이것은 언어의 계층적 구조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가 언어에 기반하여 생각을 진행하는 것이 쉽다. 그가 생각하는 뇌의 알고리즘은 패턴인식 마음이론(PRTM)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수확가속의 법칙을 생각해보자. 수확가속의 법칙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기술이 정보기술 형태로 전환되는 순간, 가격/시간/자원개발 성능/용량은 기하급수적인 궤도를 따라 발전한다.” 패턴인식 마음이론과 수확가속의 법칙이 만나면 정교하고 강한 인공지능의 탄생은 필연적이다. 다른 장기처럼 뇌도 쉽게 치료하거나 생물이 아닌 기계로 대체될 수도 있게 된다.

그의 논리는 일견 매우 명쾌해 보인다. 지나치게 단순하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의 한 갈래에 불과한 인공지능에 관한 지식으로 인간의 감정과 의식, 자유의지, 정체성까지 재단하려는 그의 시도는 무모할 정도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무수한 철학자와 신경과학자에게 ‘너희가 뭘 몰라서 그래’ 라는 수준의 비판을 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의 책은 컴퓨터와 인간 지능이 수렴할 수 있는 가능성의 일단을 보여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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