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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까지 일단 러브콜… #그런데_백종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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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백종원, 저기도 백종원이다. 주말 오후에 볼 게 없어서 TV 채널을 쭉 훑다가 든 생각이다.
현재 백종원은 SBS의 ‘3대 천왕’, tvN의 ‘집밥 백선생’, ‘먹고 자고 먹고’에 출연 중이다. 고정 프로그램이 아주 많은 건 아닌데, ‘3대 천왕’ 같은 경우 주요 케이블마다 재방송을 해서 채널을 돌리다가 네 번쯤 마주쳤다. 게다가 요즘 김치냉장고와 싱크대배관 클리너, 우유에 담가 먹으면 맛있다는 과자 CF 등에도 등장한다.
‘소유진과 결혼한 외식업체 사장 아저씨’로 알려져 있던 백종원이 ‘슈가 보이’로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얻기 시작한지 1년이 조금 더 지났다. 1년이 지나도록 쉬지 않고 다양한 레시피와 숨은 맛집을 방송에서 소개하고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솔직히 요즘 백종원의 이미지 소비가 이제는 한계점에 다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단적인 증거가 최근 시작한 ‘먹고 자고 먹고’의 시청률이다. 이 프로그램의 지난주 방송분 시청률은 2.1%(닐슨코리아 기준)로, 수치도 낮지만 프로그램의 재미도 기대 이하라는 악평을 듣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재미 없는 이유가 있다. 백종원이 그동안 쌓아온 인기와 이미지에 무임승차 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여행과 먹방을 결합한 프로그램은 수도 없이 많은데, 새로울 것 없는 컨셉 위에다가 단순하게 백종원을 얹어 놓았으니 재미있을 리가 없다. 백종원만 나오면 일단 기본은 해주겠지, 생각한 제작진의 안일함이 느껴진달까.
그러고 보니 요즘 백종원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곳이 방송사 뿐만이 아니다. 뉴스를 보니, 국정감사에서 백종원을 증인으로 부르네 마네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다. 백종원이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체가 음식점이 아니라 도소매업체로 분류돼 중소기업으로 지정돼 있고, 이로 인해 부당 이득을 챙긴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란다. 간단히 말하자면, 백종원이 TV에 나와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자신의 사업체를 공짜로 홍보하고 있고, 이 덕에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국감에 출석해서 밝히라는 거다. (▶ 관련기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에겐 매우 절실한 주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이런 생각도 든다. 국감에 백종원을 호출하는 것도 ‘먹고 자고 먹고’ 제작진의 속셈과 똑 같은 것 아니냐는 말이다. 웬만한 인기 연예인보다 유명하고 화제성 있는 백종원을 국감에 불러 세우면 기본 이상의 ‘시청률’은 깔고 가겠다는 계산이 정말 없었을까.
특히나 진짜로 섭외해야 할 대상들, 진짜로 물어야 할 날카로운 질문들은 건너 뛰고, 섭외 가능한 셀러브리티로 화제성만 갖고 대충 가자는 심보는 왜 이리 비슷하게 느껴지는지.
작년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국감에 불러 놓고 “한일전 축구 하면 어느 쪽을 응원하냐”고 묻질 않나, 최근엔 난데 없이 코미디언 김제동의 개그 소재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하고, 어떤 사람은 갑자기 마이크로소프트를 소환해서 뻘질문을 해댄다. 화제성으로만 따지자면 국감에서의 해프닝이 방송 프로그램을 넘어선 느낌이다.
‘국감의 백종원 호출’이 불쾌한 이유는 어떤 데자뷔 때문이기도 하다. 셀러브리티가 정치인들 앞에서 애먼 동네북이 된 사례 말이다. 옛날 그 언젠가, 의원님들은 정작 조사해야 할 사람은 제쳐 두고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에게 ‘김봉남씨’라며 윽박지른 적이 있지 않았던가. 셀러브리티가 국감의 욕받이 무녀인가.
백종원이 잘못한 게 있다면 증인으로 불러 세우면 된다. 세상 쓸 데 없는 게 백종원 걱정이고, 국감 출석이든 시청률 부진이든 백종원 사장님은 여전히 업계의 신화적인 존재이자 최고의 인기인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다만, 이 타이밍에 음식점 앞에 붙어 있는 백종원의 웃는 얼굴을 보며 갑자기 유행하고 있는 해시태그가 떠오른다. #그런데_최순실은?
마더티렉스 (프리랜서 작가)
[TV 좀 봅시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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