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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공시ㆍ미공개 정보 의혹…한미약품 조사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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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0억대 계약 해지 늦게 발표
회사측 “거래소 설명 혼선에 지연”
거래소 “공시 띄우라 했지만 늦춰”
30일 공매도량 상장 이래 최대
집중 매도한 기관ㆍ투자자 대상
미공개 정보 이용했는지 조사
한미약품의 8,500억원대 기술계약 해지에 대한 늑장공시를 둘러싸고 회사 측과 한국거래소 간 진실게임이 치열하다. 만약 의도적인 늑장공시였고 누군가가 이로 인해 이득을 챙겼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9월30일 오전 9시부터 9시29분까지 ‘29분간의 거래 내역’에 그 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늑장공시, 누구 책임인가
한미약품과 거래소 측은 늑장공시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3일 “지난해 7월 이번에 계약이 취소된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하기 직전 거래소 담당자로부터 중간에 신약 개발이 중단돼 최초 공시한 계약금액과 50% 이상 차이가 날 땐 증빙서류를 거래소에 제출하고 정정공시를 해야 불공정 공시 기업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회사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8,500억원 규모 항암제 기술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시간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 당시 거래소 담당자의 설명에 따라 관련 공시를 위해 30일 장 시작 전인 오전 8시30분 관련 서류를 챙겨 거래소를 찾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1년 전 설명과 달리 정정공시에도 불구하고 50% 이상 차이가 나면 불공정 공시 기업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담당자 설명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공시 발표 시간이 오전 9시29분으로 늦춰졌다는 주장이다.
한국거래소는 이것이 늑장공시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50% 이상 차이가 나면 불성실 공시 기업으로 지정되지만, 귀책사유가 없으면 예외가 적용된다고 설명했을 뿐”이라며 “일단 공시를 띄우라고 했지만 공시 담당자가 회사와의 연락 등을 핑계로 공시를 늦췄다”고 주장했다.
열쇠는 29분간의 거래
관건은 29분의 늑장공시로 누군가에게 악재 공시에 대비해 주식을 팔 시간을 벌어주거나 공매도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제공이 됐는지 여부다. 이것이 늑장공시의 의도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수치만으로 보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주가가 5% 상승하다 18% 급락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이날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2010년7월 상장 이후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되사서 갚고 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물론 악재 공시 뒤에 쏟아져 나온 공매도 물량이 상당수였겠지만, 누군가가 사전에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전날 호재 공시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던 9시29분 이전에 공매도를 쏟아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거래소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공시 적정성 여부와 지난달 30일 오전 9시부터 악재 공시가 터지기 전인 29분 사이에 벌어졌던 주식매매거래 현황을 전수 조사한 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절차상의 이유를 거론하는 걸 보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제 계약 취소 통보를 받은 시점이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이 맞는지도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자조단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29분 사이에 한미약품 주식을 집중적으로 판 기관 및 투자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있었다면, 빠져 나가기 쉽지 않을 거라고 자신한다. 실제 올 상반기 미공개 정보 이용금지 규정을 어겨 적발된 이들은 모두 12명으로, 호재성 정보(4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사건보다는 악재성 정보(8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려는 사건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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