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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올무티닙 사망 사고’ 알고도 판매허가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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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보고 다음달 ‘신속 승인’
식약처 “투약 부작용인지 명확치 않았다”
거래소, 주식 내부자 거래 가능성 조사
보건당국이 한미약품의 폐암 표적항암제인 올무티닙의 임상시험 도중 부작용에 따른 사망 사고(본보 1일자 8면)를 미리 알고도 판매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허가 이후 2건의 심각한 부작용 사례를 추가로 보고 받고도 뒤늦게 사용제한 조치에 나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정) 임상시험에 참여한 국내 암환자 3명에게서 독성표피괴사용해(TEN)와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이 부작용으로 나타났고 이를 올해 4, 6, 9월에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TEN 발병에 따른 사망, TEN 발병 후 회복, SJS 발병(폐렴으로 사망) 때마다 규정에 맞춰 신속 보고했다는 것이다. 식약처 지침에는 임상시험기관은 이상반응 발생 시 7일 또는 15일 내 알려야 한다. TEN과 SJS는 주로 약물로 인해 피부 및 점막 괴사가 일어나는 질병이다.
문제는 식약처가 4월 사망자 발생 보고를 받고도 그 다음달 올무티닙 시판 허가를 내줬다는 점이다. 그것도 임상 최종단계인 3상 시험을 추후 시행하는 조건으로, 임상 2상 시험 결과만으로 허가를 내주는 신속 심사제를 통해서였다.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제를 오히려 검증 절차를 줄여가며 서둘러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사망자가 발생한 임상시험은 직접적인 허가 심사 대상이 아니었고 사망 보고 당시엔 투약에 따른 부작용인지 명확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미약품이 시판 허가를 받으려 시행한 임상시험은 2012년부터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 임상 2상 시험으로 이 땐 사망 사고가 없었다. 사망자가 나온 것은 한미약품이 지난해부터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한국 미국 유럽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시험인데, 사망자가 말기암 환자이고 투약 약물도 여러 종류이다 보니 사망 원인을 곧바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임상 2상 시험 결과에서도 대상자의 76%가 발진, 가려움증 등 피부 이상 반응을 보였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약물에 의한 중증 이상반응은 환자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초기 임상결과만 갖고 섣불리 안전성을 판단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무티닙의 신규환자 처방을 제한한 데 이어,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허가 취소 등 추가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시판 허용 이후 유사 피부질환 보고가 잇따랐음에도 식약처는 9월 초순 세 번째 보고를 접하고서야 약물 부작용을 의심하고, 현지 조사 및 상세자료 제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늑장 대응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이날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악재성 정보를 입수하고도 공시를 하루 늦춰 지난달 30일 공매도가 10만4,327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불렀다.
한미약품은 “적법한 공시 절차를 따르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을 뿐 의도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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