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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약품 신약 개발 실패, 실망감 드러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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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조원 기술 수출로 제약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인시켰던 한미약품이 파트너사의 신약 개발 중단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7억3,000만 달러(한화 8,000억 원)에 계약한 표적항암제 ‘올무티닙’ 개발이 무산됐다. 국내에서 진행된 임상 2상 단계에서 올무티닙 투약환자 731명 중 3명에게서 중증 피부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 중 2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서 신약 개발의 최대 고비인 임상 2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국내 임상시험에서 올무티닙 투약 환자가 숨지자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 포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사망자 발생 사실을 보고 받고도 한 달 뒤 신속허가심사제도를 통해 품목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약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베링거인겔하임 측의 개발중단 통보를 받고서야 뒤늦게 신규 임상 금지 및 품목 허가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사망 보고 당시엔 해당 약물과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전후 관계를 충분히 따져볼 일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한미약품의 임상시험 실패가 최근 고조된 신약 개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산업이다. 10년이 넘는 기간과 수천 억~조 단위의 천문학적 자금이 투여되지만 성공 확률은 극히 낮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임상 1상(약물의 안전성만 시험)부터 최종 승인까지 신약 개발이 성공할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모든 임상 단계에서 성공 확률이 가장 낮은 게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효능을 시험하는 첫 단계인 임상 2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얀센, 사노피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 총 6건, 약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이는 한계에 봉착한 국내 제조업이 제약ㆍ바이오 산업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는 자동차(600조 원)와 반도체(400조 원)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하지만 한국 의약품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에 머문다. 정부는 한미약품의 지난해 성과를 토대로 ‘7대 바이오 강국’이라는 비전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세심히 점검해야 한다. 제약사들 또한 긴 호흡을 갖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분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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