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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률 10%’ 덫에 걸린 신약개발… 투약 중인 127명 폐암환자들 딜레마

입력
2016.10.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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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특성 이해를”진행 중인 임상시험 내년까지 계속

일부선 “사망자 발생했으니 시험 중단해야”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정)의 임상시험 중 부작용으로 2명이 숨지고 이 기술을 사 들인 다국적제약기업 베링거인겔하임도 신약 개발을 중단함에 따라 환자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한미약품 신화도 결국 성공률이 10%에 불과한 신약 개발의 덫에 걸리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올무티닙의 신규 임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투약 중인 환자 127명의 임상시험은 일단 내년 8월로 예정된 종료 시점까지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관순(왼쪽) 한미약품 사장과 손지웅(가운데) 연구개발부문 부사장, 김재식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가 수출 신약의 부작용과 개발 중단 공시 시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관순(왼쪽) 한미약품 사장과 손지웅(가운데) 연구개발부문 부사장, 김재식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가 수출 신약의 부작용과 개발 중단 공시 시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한미약품은 지금까지 올무티닙을 투여한 환자(731명) 가운데 10명 중 9명이 증상이 조절되는 효과를 보였고,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은 암의 크기가 30% 이상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한 임상시험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안이 없어 마지막 치료법으로 올무티닙을 택한 환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곧바로 투약을 중단하면 환자가 더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을 중단한 것도 이상반응보다는 경쟁 신약 출시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무티닙에서 나타난 이상반응은 다른 항암제와 항생제 등에서도 이미 보고된 것이다. 손지웅 한미약품 연구개발부문 부사장은 “이미 세계 여러 허가 당국에 이상반응을 보고했지만 개발 중단을 권고한 곳은 없다”며 “올무티닙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전문가들과 긴밀히 평가한 뒤 향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증 이상반응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바로 임상시험을 접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올무티닙과 작용 원리가 비슷한 경쟁 신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치료 대안도 있다는 얘기다.

한미약품 신화는 흔들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2000년대 후반부터 350억여원을 들여 올무티닙을 개발했고,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총 6건, 약 8조원 규모의 신약 수출에 잇따라 성공하며 단숨에 제약업계의 스타가 됐다. 주가 상승 등 지나친 기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내 제약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액이란 성과에 묻혔다. 그러나 신약기술은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수출 계약이 곧바로 상업화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은 이런 경각심을 환기시켜줬다. 기술료도 계약한 만큼을 한 번에 모두 받는 게 아니라 임상시험 단계별로 차례차례 지급된다는 점도 그 동안 간과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칫 이번 개발 중단이 전체 신약 개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출 계약=상용화 성공’이 불가능한 이유는 개발 성공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초기 연구나 동물실험 단계에서 각광받던 신약이라도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치며 효능이 예상보다 적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성훈 서울대 약대 교수는 “세계 제약 시장에선 수출 계약 후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신약개발 분야의 특성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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