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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가을의 부음

입력
2016.09.27 11:10

백남기 농부 끝내 돌아가셨대. 그게 누군데? 경찰 물대포 맞아서 누워계시던 그 분. 아아, 그래. 뉴스 봤다. 아이고, 나이가 칠십인데 그런 델 왜 가나. 그 위험한 델. 할 말이 있으니까 간 거지.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주니까. 아이고, 자식들이 지금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겠나. 나이 칠십에 거길 간 거 보면 그 사람도 보통은 아닌 거야. 애들 이름도 뭐 민주화고 도라지고… 엄마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니, 내 말은 집회를 해도 가만가만 하지 왜 그렇게 두들겨 부수고… 경찰도 그 사람을 딱 죽일려고 마음을 먹었겠나… 억울하다고 떠들어봐야 누가 받아주나. 딱해라, 참말로. 가만 기다리면 대통령이 다 알아서 해줄 텐데. 그래서 대통령이 뭘 해줬는데? 아주 사람 약 올리는 것처럼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잖아. 하긴, 엄마는 97년 대선 때 정주영을 찍은 사람이지. 난 엄마의 안목을 믿을 수가 없어. 야, 모르는 소리 마. 정주영 같은 사람은 그래도 도둑질은 안 해. 자기가 돈이 많은데 도둑질을 해먹겠어? 도둑질만 안 하면 좋은 대통령이야? 너는 입조심 좀 해. 막 까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가. 엄마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해? 고마 시끄럽고 너 신문에다가 자꾸 세월호 애들 얘기하고 그러지 좀 마. 내가 아주 가슴이 벌렁벌렁 해. 그냥 가만히 좀 있어. 너야말로 요즘 세상이 어떤 지나 알아? 옛날 박 대통령 때랑 똑같아. 그땐 말 한 마디 잘못하면 방송도 잘리고 책도 못 팔고 신문사도 문 닫고 그랬어. 지금이랑 똑같나, 안 똑같나? 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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