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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 사건’ 백남기씨 끝내 사망... 정치 쟁점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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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원인 책임공방 가열
강신명 前 청장 등 7명 고발 불구
檢, 지휘부 조사는 착수조차 안 해
유가족 “책임자 없이 발인은 없다”
부검 여부를 놓고도 대립
경찰, 한밤 부검 영장 신청
대책위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
거리 시위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농민 백남기(69)씨가 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더디고 경찰 사과도 요원한 가운데 야권과 시민사회는 정부에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백씨 죽음은 정치 쟁점으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백씨를 치료해 온 서울대병원 측은 이날 오후1시58분 백씨가 급성신부전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지 317일 만이다.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짓던 백씨는 당시 쌀 수매가 인상 공약 이행을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상경했다. 그는 경찰 차벽 앞에서 시위를 하던 중 20m 앞 시위 진압용 경찰 살수차에서 발사된 물대포를 머리에 맞고 쓰러졌고, 서울대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지만 여태껏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건 직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조직돼 백씨 가족과 함께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수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검찰은 올해 6월에서야 살수차 운용 요원 등 실무자들을 처음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했을 뿐, 강 전 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에 대한 조사는 착수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경찰이 백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이유로 부검영장을 신청해 유가족 및 대책위, 시민들과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갔다. 특히 오후 들어 유가족과 시민단체, 야권의 강한 반발에 부검영장 신청을 보류하던 경찰이 이날 밤 긴급히 영장신청을 강행하자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 모여든 시민 800여명은 경찰의 결정에 비판 목소리를 냈다. 대책위 관계자는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라는 증거가 충분한데도 경찰이 사인이 불분명할 때 하는 부검을 운운하는 것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유가족과 대책위 측은 이날부터 3일장을 치를 계획이지만 책임자 처벌 없이 발인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책임공방 논란이 가열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경찰은 여전히 책임 소재에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백남기 청문회’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강 전 청장은 “(시위 중에)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법률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시시비비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 공식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백씨의 죽음을 놓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 과잉진압에 의한 사망”으로 규정하고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꾸려 국정감사와 특별검사 등을 통해 정치 쟁점화할 태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부른 죽음인데도 대통령, 경찰청장, 누구의 사과도 없었다”며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시위가 과격하게 불법적으로 변하면서 파생된 안타까운 일”이라며 불법 시위가 불상사의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11월 열릴 예정인 대규모 도심 집회를 기점으로 시민ㆍ사회단체의 정부 비판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들은 민중총궐기 1주년을 맞아 노동자ㆍ농민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백남기 어르신에게 가한 국가폭력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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