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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판별할 청탁방지담당관들 “우리도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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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ㆍ감사실장 등이 담당관 역할
지난달 법 해석 관련 교육 받아
신고 접수부터 법 위반까지 판단
“사안마다 판단 달라지는데
우리가 어떻게 결정 내리나”
담당관들 벌써부터 ‘한숨’
“기관장 비위 신고 가능할까”
권한의 실효성에 의문 제기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부정청탁 여부를 판단해야 할 담당자들은 “법 적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등의 청탁방지담당관들을 교육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영란법 전체 적용 기관(4만919개)의 절반이 넘는 2만1,201개의 초중고교 및 대학 등 각급 학교의 청탁방지담당관에 대한 교육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실시했다.
대대적인 교육을 마친 청탁방지담당관들은 28일 법 시행 이후부터 각 기관에서 실질적인 ‘김영란법 집행자’로 활약한다. 김영란법(20조)에 따르면 법 적용대상 기관의 청탁방지담당관은 ▦내부 직원들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내용을 교육, 상담하고 ▦법 위반 신고 접수, 처리 및 내용 조사 업무를 하며 ▦소속 기관장의 법 위반행위 발견 시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신고 접수부터 법 위반 여부 판단까지 사실상 전권을 쥔 셈이다.
현재 대부분의 기관은 감사실장이나 감사실 직원, 초중고교의 경우 교감이 청탁방지담당관으로 지정됐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 기관이 4만 곳이 넘는 만큼 청탁방지담당관 역시 4만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각 기관마다 내부 규정이나 학칙 등이 다르므로 개별 사례의 법 위반 여부는 그 기관의 청탁방지담당관이 판단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탁방지담당관들은 정부의 교육을 받고도 여전히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의 청탁방지담당관(교감)은 “함께 교육을 받은 청탁방지담당관들 모두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불안해한다”며 “김영란법은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다 달라지는데, 법률가도 아닌 우리가 어떻게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이 담당관은 “학교마다 청탁방지담당관을 둘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있고 법 해석도 빠르게 할 수 있는 지방 교육청에서 신고를 받고 판단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감사실 직원은 “애매한 부분을 문의하면 권익위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판단을 내리겠느냐”라고 걱정했다.
당장 내부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문제다. 대부분의 청탁방지담당관들은 접수된 신고의 처리방법 등을 규정하는 ‘신고사무처리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번 주중 내부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청탁방지담당관은 “나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직원 교육을 할지 너무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탁방지담당관 권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다. 감사실의 대리급 직원이 청탁방지담당관으로 지정된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일개 교직원이 총장의 비위를 신고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청탁방지담당관이 기관장에게 신고 사실을 보고한 후 그를 신고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부분의 직원들은 청탁방지담당관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자신의 회사에서는 누가 지정됐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공공기관에서 언론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은 “우리 기관은 언론과 국회 담당 직원들의 업무가 김영란법과 연관될 가능성이 많지만, 청탁방지담당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누구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모든 상황을 청탁방지담당관 혼자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법 시행령에 각 기관이 필요한 경우 ‘청렴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는데, 대부분의 기관이 결국 이 자문위를 구성해 애매한 상황에 대한 판단을 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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