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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민주당 이름 신경전'은 이제 끝?

입력
2016.09.1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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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와 민주당 통합 선언

더불어민주당은 창당 61주년을 맞은 18일 원외민주당과 합당을 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추미애 더민주 대표와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창당 61주년을 맞아 양당간 통합을 발표한다고 전했는데요. 두 사람은 이날 창당 61주년을 맞아 경기 광주시 해공 신익희 선생의 생가를 찾았습니다. 신익희 선생은 민주당을 해당 일정에는 당 지도부 외에도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동행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해공 신익희 선생은 임시정부에서 법무ㆍ내무ㆍ외무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조국 독립의 초석을 쌓았고, 광복 후에는 제헌국회와 2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지냈고, 1956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세차 전주로 가던 중 열차 안에서 서거했습니다.

추미애(오른쪽 여섯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오른쪽 일곱번째)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창당 61주년을 맞은 1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를 방문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원외 민주당은 민주당 창당 61주년을 맞아 양당간 통합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시스
추미애(오른쪽 여섯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오른쪽 일곱번째)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창당 61주년을 맞은 1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를 방문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원외 민주당은 민주당 창당 61주년을 맞아 양당간 통합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시스

두 당의 통합 발표로 무엇보다 앞으로 두 당이 이름을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을 모아집니다. 지난해 말 더민주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 이름 대신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새 간판을 달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더민주와 민주당의 ‘이름 신경전’이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더민주가 ‘민주당’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더민당’ 혹은 ‘짝퉁 민주당’이라고 부르겠다고까지 했었죠.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이 정당법을 어겼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에 당명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당시 민주당 측은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는 당명이 표방하는 정치철학, 가치 등을 함유하는 구성 단어가 아닌 단순 수식어로서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으로 혼동하게 하면서도 실정법 위반은 피하고자 하는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된 덧붙임”이라며 ‘민주당’의 유사 당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민주당은 언론사에 대해서도 “더민주를 민주당이라 칭하는 것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며,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더민주당’ 또는 ‘민주당’이라 부르는 것을 발본 색원하여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세가 부족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때문에 ‘이름 지키기’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것이라는 평가들이 많았죠. 민주당은 오랜 기간 동안 현역 국회의원 1명 없는 원외 정당으로 있다가 선거 직전 더민주를 탈당한 신기남 의원이 입당하면서 원내 정당이 됐습니다. 민주당이 과거 새정치국민회의 시절부터 야당의 상징색으로 많이 쓰였던 ‘노란색’을 당 색깔로 썼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죠. 민주당의 이런 반발에 당시 더민주 측은 “당명을 결정하기 전에 선관위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고, 더불어민주당이나 더민주 둘 다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문제 될 것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의석 수 100석이 넘는(총선 직전 107석) 거대 정당과 의석 수 1석인 작은 정당이 이름을 두고 벌였던 신경전은 정치권의 쏠쏠한 재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민주당이 더민주를 향해 공격을 하는데 안간힘을 쓰는 반면 더민주는 굳이 맞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신경전은 오래가지 않았죠.

그런 두 당이 통합을 선언함에 따라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름의 선택지가 다양해 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의 줄임말인 ‘더민주’는 ‘민주당’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죠. 여전히 많은 당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더민주보다는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더 선호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 이름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김민석 대표님, 환영합니다”라며 “이제 우리당은 뿌리 깊은 전통 야당의 당명이었던 ‘민주당’을 약칭 당명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습니다. 추미애 대표 또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은) 저 혼자 추진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인사들의 고견을 듣고 추진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 산실로 소나무 같은 느낌을 주는 당명이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이런 당명을 우리가 회복했다는 의미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윤관석 수석 대변인은 “합당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앞으로 봐야 하고, 우리도 내부적으로 의결기구를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특별한 조건 없이 일단 같이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는데요.

추 대표와 김 대표는 지난 9일 회동에서 통합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고, 전날에도 한 차례 더 회동해 합당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추 대표는 지난 9일 당시 “당이 분열되고 분화되는 과정에서 당에 좌절하고 실망하고 분노해서 당을 떠난 분들을 한 분 한 분 정성껏 모시겠다는 약속을 누차 했다”며 양당 간 통합 가능성을 언급했었습니다. 이에 김 대표도 “추 대표와 나는 지난 기간에 민주 세력의 정치적 역사에서 분열의 아픔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추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한 다양한 통합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을 해서 그런 원칙에 굉장히 마음을 같이 한다”고 화답했습니다.

추 대표는 20여 년 전 자신과 함께 ‘김대중(DJ) 키즈’의 차세대 대표 주자로 꼽혔던 김 대표와 손을 잡음으로써 당 대표 후보 때부터 열심히 외쳤던 ‘야권 통합’의 첫 단추를 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 보다는 박준영, 박주선,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각각 독자 행보를 하던 이들과 함께 ‘소통합’을 이루겠다며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적으로 김 대표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안철수 전 대표와 손을 잡고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머쓱해 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 1야당 더민주에 합류함으로써 또 다른 정치 행보를 걷게 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타의로’ 당을 떠난 지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오게 된 셈입니다.

더민주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통합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앞으로 최고위와 당무위를 거쳐 중앙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름 가지고 신경전을 벌였던 더민주와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화합을 보여줄 지 주목됩니다. 아쉽게도 쏠쏠한 재미를 주던 양측의 이름 신경전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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