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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여의도 ‘가을전투’ 발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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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2野(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가을 전투’가 뜨겁습니다. 그것도 2개의 전투가 한꺼번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전쟁터는 청년수당ㆍ배당(새누리당 vs 더민주)과 창조경제혁신센터(새누리당 vs 국민의당)입니다. 여야 모두 사생결단하듯 상대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기세가 대단합니다.
최근 새누리당 박인숙, 오신환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복지 정책을 겨냥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들은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 보장제도를 신설 혹은 변경할 때는 보건복지부와 사전 ‘합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지금은 지자체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ㆍ변경 할 때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하게 돼 있지만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협의’ 규정을 단순한 조언이나 권고의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오 의원의 개정안은 ▲ ‘협의’를 ‘합의’로 변경해 규정하고 ▲합의 불발로 사회보장위가 조정에 나설 경우 그 절차와 방법 등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하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자체 장은 위원회의 심의ㆍ조정 결과를 반드시 따르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습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ㆍ변경할 경우 복지부와 ‘사전 합의’를 의무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오 의원은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법을 무시하고 중앙정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표퓰리즘성’ 제도를 시행하면서 심각한 사회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사회보장 설계에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국민에게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자는 게 개정안 취지”라고 설명했는데요. 박 의원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같이 사회보장제도가 ‘복지 표퓰리즘’ 정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분히 더민주 소속 박원순 시장의 청년수당과 이재명 시장의 청년배당을 직접 겨냥한 ‘표적 발의’ 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달 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서울시, 성남시 등 청년수당 제도를 두고 “부도덕한 정치 행위”라며 “일부 정치인이 현금은 곧 표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 대표는 “무분별한 인심 쓰기이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는 인기영합용 무상복지”라며 “생산적 복지가 아닌 퍼주기식 복지는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선거 때마다 단지 표를 얻기 위해 미래 세대의 돈을 훔쳐 무상 복지를 실시하겠다는 일부 정치인의 경솔함에 회초리를 들어 주시라”고 말했는데요.
새누리당의 연 이은 공격에 당사자 역시 가만 있을 리 없죠. 이재명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정현 대표님, 여당 대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전공 필수인가요?”라며 이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세금 아껴 복지 확대하는 건 헌법이 정한 국가의 의무다. 배워서 남 주지 않으니 헌법공부 좀 하시기 바란다”고 맞섰습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 포함 65세 넘은 모든 국민에게 연 240만원 준다 뻥치셔서 대통령까지 되신 후 지금은 그 약속조차 일부 어기고 현금 나눠주고 있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 ‘증세 없는 복지’ 하는 저를 비난할 시간에 ‘증세 없는 복지’ 한다 사기 치고 ‘복지 없는 꼼수 서민 증세’한 거나 반성하기 바란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습니다.
8ㆍ27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던 장경태ㆍ이동학ㆍ김병관 후보는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유사한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거론하며 “서울시의 정책방향을 결국 정부가 받아들임으로써 이미 판정승으로 결론이 난 것”이라고 했고, 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에서) 박원순 시장의 대권행보라고도 했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김무성 전 대표와 새누리당이 입만 열면 외치는 상투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청년수당ㆍ배당 이슈를 두고 공격수 역할을 하는 새누리당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이슈를 두고는 수비수 역할에 열심입니다. 정보통신(IT) 기업인 KT 임원 출신인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공인동물원’이라고 지적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겨냥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동물원이 아니라 마을 모두, 지역 전체,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풍족하게 해줄 과수원”이라며 “벤처 생태계를 잘 아는 분의 발언이라 더욱 유감이며 정치인들이 진짜 해야 할 일은 센터에 부족한 자양분을 보충해주는 예산 지원과 제도 개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발단은 지난 3일 안 전 공동대표가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를 관람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독점 권한 구조를 꼬집으며 정부 지원을 받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가리켜 ‘국가 공인 동물원’에 비유한 것입니다. 안 전 공동대표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개념이 없다. 왜 기업들이 제대로 못하는지에 대한 기본 개념이 부족하다”며 “기업간거래(B2B)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왜 잘 안되느냐, 그건 동물원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전국에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두고 대기업 하나씩 독점 권한을 줌으로써 구조의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 준거다.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핵심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해서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이 왜 낮은지에 대해 정부가 현장을 잘 모른다”고 비판했는데요.
좀처럼 강경 발언을 하지 않는 안 전 공동대표가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낸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그 대상이 다름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열심히 찾아가고 최대 정책 성과라고 자부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점이 새누리당을 발끈하게 만든 측면이 큽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즉시 안 전 대표 발언을 겨냥해 “누구보다도 창조나 과학이나 이런 걸 잘 이해하시는 정치인이지 않으시냐”며 “잠깐 본인의 전공을 잊으신 것 같다”고 화살을 겨눴는데요.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이 안 전 공동대표를 향해 공격하자 당 차원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면서 안 전 공동대표를 엄호하고 나섰습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전국의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지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안 전 대표의 발언은 벤처기업을 동물원의 동물로 만들지 말라고 대기업과 정부에 경고를 한 것인데, 이를 두고 정부와 새누리당이 말꼬리 잡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같은 당 오세정 의원도 “최근 열린 국회 미래일자리 특위에서도 한 벤처기업인이 대기업의 횡포를 방조한 창조경제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지적하기도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동물원의 우리를 부수겠다는 각오로 창조경제 정책의 방향을 대기업이 아니라 벤처기업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여야가 두 개의 전투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것은 청년 복지와 창조 경제라는 정책적 이슈에서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전투의 한 복판에 있는 인물들, 안철수, 박원순, 이재명 모두 야권의 대선 잠룡들이라는 점입니다. 대선전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시기에 야권의 대선 후보들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정책에 대한 공격을 하거나, 그들이 정부, 여당을 향해 쏘는 화살을 적극적으로 방어함으로써 그들의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것이죠.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나 여러 의원들이 전투에 동참하는 것도 이런 측면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여야의 기세 싸움은 추석 연휴 직후 열린 올해 국정감사에서 불꽃이 튈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야는 각각 청년 복지 이슈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는 각오입니다.
새누리당 측은 최근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 저소득층 생리대 무상지원 사업 등을 전형적인 ‘대선용 표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면서 이달 말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시장을 집중 겨냥하겠다는 심산입니다. 반면 야당들은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그 동안 성과와 예산집행에 대한 집중 점검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상대를 향해 공격할 수 있는 ‘건 수’를 잡았다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어설픈 공격은 도리어 상대에게 반격의 빌미만 주고 여론의 외면을 받으며 하지 않느니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사실 박원순, 이재명 시장 측은 내심 새누리당 측이 자신을 향해 더 강하게 공격을 해주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야권 후보군 중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크게 앞서는 상황에서 뭔가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두 사람으로서는 정부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통해 야권 지지자들의 응원을 등에 업을 수 있고, ‘당당히 맞서는 야당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날카로운 공격을 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을 테지만요. 반대로 안 전 대표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다시 한 번 강하게 문제 삼은 것도 이를 계기로 ‘강철수’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부각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올해 국감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국민의당이 어떤 공격을 펼칠 지가 관심이 갑니다. 지난 4ㆍ13총선을 통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3당 체제’를 만들어 내며 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이 국정 감사를 통해 실력 발휘를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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