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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공백에 맥 빠진 추석 휴대폰 시장

입력
2016.09.16 11:44
휴대폰 판매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모습. 한국일보 자료 사진
휴대폰 판매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모습. 한국일보 자료 사진

“휴대폰 진열대 불은 꺼져있고 오가다 들러 신제품을 구경하던 손님도 없다. 판매가 늘어야 할 명절인데 평소보다 오히려 더 한가하다.”

예년이라면 전통적인 성수기로 활기를 띠어야 할 이동통신 시장이 때 아닌 주력제품 실종으로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다. 이동통신사들은 급격히 위축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형 스마트폰 지원금을 잇따라 인상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새 제품 교환) 사태가 터진 후 추이를 지켜보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휴대폰 판매점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는 게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동통신 시장은 ‘추석 대목’이란 말이 무색하리만큼 얼어붙었다. 시장 활기를 보여주는 번호이동 수치는 9월 들어 하루 평균 약 1만2,000건으로 갤럭시노트7 출시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20일(2만2,346건)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추석을 앞둔 9월 14일~25일 일 평균 번호이동 건수 1만6,082건과 비교해도 25%가량 줄어든 수치다.

추석 연휴 기간 전후에는 휴대폰 교체 수요가 늘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은 수요를 연말연시까지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가입자 확보 경쟁을 펼치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하반기 최대 기대주로 꼽히던 갤럭시노트7의 판매가 중단됐고 판매 재개 시기 역시 안갯속이다. 갤럭시노트7의 공백을 메울 대체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부재 중이다. 애플과 LG전자가 주력제품 ‘아이폰7’과 ‘V20’을 공개했지만 국내 출시는 V20은 이달 말, 아이폰7은 적어도 10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동통신3사는 구형 스마트폰에 대한 지원금을 일제히 올리며 대응에 나섰다. 프리미엄 신제품에 쏟아야 할 마케팅 비용을 구형 재고에 실으면서 실속형 소비자들 공략에 나선 것이다. 연휴 기간 동안 부모님이나 자녀를 위해 중저가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고객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아이폰6 플러스’ 지원금 최대 16만원 상향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엣지’, ‘G3’, ‘G4’ 최대 지원금을 30만~50만원까지 올렸다. 보급형인 ‘갤럭시J5’에는 출고가와 같은 26만4,000원을 지원한다. KT는 특히 ‘갤럭시S6’ 지원금을 최대 23만1,000원 높여 14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는 14일 하루에만 ‘V10’, ‘갤럭시A5’, ‘갤럭시노트4’ 등 9종 지원금을 일제히 상향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구형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보다 현장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향후 혼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삼성전자는 판매 중단 초기 배터리 폭발 등을 우려하는 고객들에게 ‘갤럭시S7’, 갤럭시노트5 등 고가 제품을 대체폰으로 지급했지만 교환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12일부터 ‘갤럭시A’, ‘갤럭시J’ 등 기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대체폰 종류를 늘렸다. 대체폰 지급 작업에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뿐 아니라 교환 과정 자체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새 대체폰을 지급하려면 단말 세팅에만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전체적인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유통점이 돈을 들여 확보해 놓은 휴대폰을 교환에 투입하다 보니 나중에 정산은 제대로 될 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동통신사 직영점이나 대형 양판점과 달리 골목 상권에는 교환하려는 이들을 포함한 방문 고객 자체가 드물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추석 당일에 문을 열었지만 한대도 팔지 못한 판매점들도 있다”며 “갤럭시노트7 사태로 전체 시장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면 삼성전자의 영향력에 대응할 만한 경쟁사가 없다는 현실이 확실히 와 닿는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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