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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이네 생선가게’를 아세요

입력
2016.09.15 12:00

“오늘 잡은 기라 싱싱합니더. 싸게 드릴 테니 구경하고 가이소.”

부산의 달동네인 서구 남부민동 산복도로를 쭉 걷다 보면 허름한 주택들 사이로 새로 지은 2층 건물 하나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남일이네 사랑의 생선가게’다.

추석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가게에는 생선을 손질하는 조합원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주민들은 비릿한 냄새에도 아랑곳 않고 농담을 나누며 작업을 이어갔다. 조용한 산복도로 마을에서 보기 드문 활기였다.

조합원 홍태희(62ㆍ여)씨는 “고지대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은 생선을 먹으려면 가파른 골목길을 한참 내려가야 하는데 조합원들이 싱싱한 생선을 직접 손질해 무료로 나눠주고,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도 하니 반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주요 상품은 고등어와 조기, 서대, 멸치 등 말린 생선이다. 매일 아침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받아오는 물건이라 품질은 말할 것도 없다. 손질은 자갈치시장에서 20년 넘게 생선을 다룬 베테랑 조합원을 포함, 그날 시간을 낼 수 있는 동네 주민 5~6명이 생선을 다듬어 말린 뒤 판매한다. 이렇게 동네 사람들의 정성이 듬뿍 든 생선구이는 남부민1동 주민 식탁의 단골 메뉴다.

이 가게의 단골인 김정애(64ㆍ여)씨는 “여기서 산 생선 맛을 한번 보고 나면 딴 집에선 못 사먹는다”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남일이네 생선가게 전경. 부산 서구 제공
남일이네 생선가게 전경. 부산 서구 제공

‘남부민1동’을 ‘남일’로 줄여 이름을 붙인 ‘남일이네 사랑의 생선가게’의 시작은 부녀회 봉사활동이었다. 2007년 서구 새마을부녀회 회원 30명이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생선반찬의 도시락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게 그 시초다. 처음엔 분기별로 시작했던 도시락 보급이 점차 호응을 얻으면서 매달 나눠주는 것으로 확산됐다.

이에 부녀회 내부에서 동네 주민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는 마을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와 지난해 9월 이사 7명과 조합원 30명이 총 1,900만원을 출자, 마을기업 ‘남일이네 행복협동조합’이 설립한 것.

처음에는 허름한 작업장을 빌려 썼으나 부산시의 저소득층 지원사업 중 하나인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에 포함되면서 4억6,000만원을 들여 남부민1동 해돋이로 일대 폐ㆍ공가 부지에 지상 2층(총면적 135㎡)의 번듯한 가게를 내게 됐다.

이렇게 본격적인 수익사업으로 규모가 커졌지만 남일이네 생선가게의 봉사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매월 2차례의 홀몸노인세대 생선도시락 및 생선반찬 나눔사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엔 추석을 앞두고 저소득층 20세대에 제수용 생선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마을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상근자 1명을 포함, 주민 7명이 일자리를 갖게 됐으며, 지난 설 명절 대목에는 선물용품으로 2,000만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등 주민소득에도 짭짤하게 기여하고 있다. 조합 측은 애초 수익금의 10%를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겠다고 못을 박아 수익이 느는 만큼 봉사도 늘게 돼 있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부산 고등어 축제에서의 먹거리 판매를 시작으로 서구 새안골 축제, 송도 해맞이 축제 등 지역 행사에 적극 참여해 물건을 팔고 있다. 또 조기, 가자미, 고등어 등 생선 외에 새우, 김, 미역 등 해산물과 소금, 염장배추까지 판매 품목을 늘리고 있으며, 전북 임실의 마을기업 특산품인 팥과 치즈, 블루베리도 판매할 계획을 세우는 등 타 지역 마을기업과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박사흥 남일행복나눔협동조합 이사장은 “마을기업 지정 2년 차인 올해 목표는 판매처를 ‘마을’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인데, 마침 동아대 학생들이 홈페이지 구축을 지원해 판로를 다각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며 “요리체험 프로그램인 ‘사랑의 생선까스 만들기’, 혼밥족을 위한 ‘원테이블 식당’, 방문고객을 위한 ‘인증샷을 사수하라’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주민소득 및 일자리 창출,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라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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