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지혜로운 명절'을 위한 전문가들의 꿀팁

입력
2016.09.14 06:00

“명절 음식보다 세 끼 밥 차리는 게 더 어려워

시아버지 주도로 한 끼 이상은 외식 어때요”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 서울역에서 귀성객 등이 기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 서울역에서 귀성객 등이 기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번 추석 당일에 친정에 늦게 가 친정 식구들이 많이 서운해했어요. 그런데 이번 명절에 시댁에서 연휴가 기니까 최소 3일은 있다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시댁 중심으로만 움직이게 되니까 불만이 쌓여요. 결혼하고 명절이 이렇게 싫어질 줄 몰랐습니다.”(결혼 2년차 직장인 H씨)

“명절 때 여기저기 눈치를 많이 보게 돼요. 아내 고생시키기는 싫은데 대놓고 도와주는 것도 신경이 쓰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부모님께 거실에 계시라고 하고 안 보이는 곳에서 설거지를 같이 할 생각이에요.” (결혼 2년 차 직장인 K씨)

명절만 되면 아내들은 ‘우리 부모님도 기다리는데 친정에는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왜 음식 준비는 여자만 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와 부모님의 눈치를 봐야 해 불편하다. 즐거워야 할 명절, 갈등 없이 지혜롭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정문제 전문가들로부터 명절갈등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갈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_부부싸움 등 가족 간 갈등 명절에 표출되는 일 잦다. 왜 그럴까.

(고선주 가정을건강하게하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시댁에 가서 하는 일이 많지 않아도 혼자서만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면 아내는 억울한 마음이 든다. 평등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배우자와 비교하게 되는데 부모 세대가 ‘나 때에 비하면 며느리가 하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며느리만 일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가정이라면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다.”

(이인수 상명대 복지상담대학원 가족상담치료학과 교수) “아무래도 명절에는 아내가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이 때 ‘나는 충분히 사랑 받고 인정 받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든다.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일 하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무시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운해지고 예민해지는 것이다. 같이 쉬면서 친밀감을 형성하는 자리가 아니라 도덕적 의무를 다 해야 하는 자리로 인식되면서 명절증후군(명절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육체적ㆍ정신적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_갈등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고 대표) “가족들이 모여 있을 때 하루 세끼 밥 차리는 게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최소 한 끼 정도는 밖에서 맛있는 것을 사다가 먹는 건 어떨까. 명절 음식도 각자 하나씩 만들어서 모이면 명절 기간 노동을 줄이고 문화를 즐기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런 역할을 시아버지가 주도적으로 해주면 좋다.”

(이 교수) “지금까지는 ‘고생 많았지’, ‘고마워’ 라는 말 한마디, 다독여주는 등의 제스처가 부족했던 것 같다. 표현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있음을 전달하기만 해도 갈등은 크게 줄 것이다.” (고 대표) “남편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예컨대 장거리 운전을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면 힘든 걸 알아주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_당부의 말을 해준다면…

(고 대표) “아들과 딸이 있는 집안은 아들이 떠나면 딸이 오기 때문에 온 가족이 모이기가 쉽지 않다. 딸이 올 때까지 아들을 가지 못하게 잡아두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며느리 집에서는 식구들이 언제 모이는지 물어보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 양가가 설과 추석을 바꿔가며 한 번씩 양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교수)

“시켜서 하는 것과 내가 의지를 가지고 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다. 숙제도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시키면 괜히 하기 싫어지듯이, 결국 같은 일이지만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자주 보지 못하니까 명절 때만큼은 기꺼운 마음으로 만나자’라는 식으로 스스로 정의하면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