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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김씨 “김형준 검사, 법무장관 될 인물” 팔고다녀

입력
2016.09.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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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전 고교동창, 함께 고시공부

연락 주고받다 최근 급속 친해져

김씨, 게임업체 수입 부풀려 매각

거짓 거래 등으로 세 차례 징역형

한 달 술값 3000만원 지출하기도

김형준(46) 부장검사에게 금품ㆍ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는 30대 초반 사업을 시작해 매출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투자자를 속이거나 회사를 넘겨 징역형을 선고받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형준(46) 부장검사에게 금품ㆍ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는 30대 초반 사업을 시작해 매출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투자자를 속이거나 회사를 넘겨 징역형을 선고받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업가 친구 스폰서로부터 금품ㆍ향응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김형준(46) 부장검사 감찰이 수사로 확대되면서, 김 부장검사를 후원하다가 이런 사실을 폭로한 사업가 김모(46ㆍ구속)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인연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B고 동창인 두 사람은 3학년 때 같은 반으로 김 부장검사가 학생회장을, 김씨는 학급 반장을 지냈다. 김 부장검사가 서울대 경영학과에, 김씨가 서울 소재 한 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한 뒤 한때 고시공부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사기 등 범행으로 세 차례에 걸쳐 선고받은 징역형이 5년여에 달한다.

2003년 게임업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김씨는 사기 및 사문서 위조, 상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4월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4월에는 회사의 채무사실을 숨기고 순이익을 부풀려 수익성이 있는 것처럼 속여 투자자로부터 4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챙긴 혐의가 드러나 징역 1년을 추가로 받았다.

수감 중 가석방된 그는 2006년 2월 국내 비디오게임 유통사인 링크업의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을 확대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국내 총판인 CJ큐브로부터 게임기 등을 공급받아 용산 전자상가 등지의 도ㆍ소매상들에게 파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판매가 부진하자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덤핑 처리를 하다가 91억2,000여만원의 외상 채무를 지게 됐다.

돌파구를 찾던 그는 2007년 링크업의 재무상태와 순이익, 매출전망 등을 속여 도어록 전문업체인 현대금속에 회사를 넘겨 30억~40억원을 남기고, 이 회사 게임사업본부장 자리도 얻었다. 이후 현대자동차와 한국엡손 등 굴지의 기업들이 게임기 구매계약을 맺은 것처럼 거짓 계약서를 꾸며 거래처와 은행 등을 속이기도 했다. 이 같은 피해로 현대금속은 2010년 위기를 맞았고, 김씨는 같은 해 재판에 넘겨져 3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 사업을 하는 동안 세금계산서를 거짓으로 기재해 세무서에 제출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벌금 2,000만원을 추가로 선고받기도 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진술을 번복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 혼선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3년 재판 당시 검찰이 형집행이 종료된 뒤 자신을 별건으로 재판에 다시 넘긴 것은 위법하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김씨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바람에 증거 확보에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김씨와 김 부장검사는 고교 졸업 이후 종종 연락하며 친분을 유지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라오케 등에서 술자리를 함께 하고 돈 거래를 한 것도 이 시점이다. 김씨는 “김 부장검사가 장차 법무부장관이 될 인물”이라고 과시하며 거래에 이용하는가 하면, 한달 술값으로 3,000만원 가량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구관계를 넘어선 돈 거래와 접대, 수사 무마 청탁 등 공권력 남용 시도는 끝내 파국으로 이어졌다. 김 부장검사는 언론에 “김씨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김씨가 나의 약점(여자 관계)을 이용해 수사에 영향을 미치라고 압박해 빌린 돈보다 많은 4,5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도 진술을 수차례 번복하는 등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 물증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감찰팀은 10~11일 김씨와 참고인 등을 불러 조사하고, 김 부장검사와 김씨 등의 거래내역, 통신내역 등을 살폈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거래 과정에 개입한 박모 변호사도 11일 불러 조사를 벌였다. 박 변호사는 올해 3~9월 세 차례에 걸쳐 김 부장검사에게 모두 4,000만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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