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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3ㆍ15 교시’ 이후 핵무기 개발 속도전

입력
2016.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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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BMㆍSLBM 시험발사 등 핵폭탄ㆍ미사일 세트 동시다발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발생한 진도 5규모의 인공 지진 으로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된 9일 오전 시민과 군인들이 서울역에서 뉴스를 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발생한 진도 5규모의 인공 지진 으로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된 9일 오전 시민과 군인들이 서울역에서 뉴스를 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북한이 9일 4차 핵실험 이후 8개월 만에 단행한 5차 핵실험을 이전과 다른 ‘핵탄두 실험’이라고 발표하면서, 지난 3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공격’ 지시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최종 개발 단계를 언급한 김정은의 ‘교시’를 6개월 만에 완수해내면서, 핵무기 실전 배치는 시간 문제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시대에는 핵무기가 더 이상 협상 카드가 아닌 만큼 핵 보유국 지위 달성을 위해 핵 개발도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보통 핵무기가 적진을 공격하는 전력무기로 사용되기 위해선, 핵 폭탄과 미사일이 바늘과 실의 개념으로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 이에 북한은 그간 4차례의 핵 실험과 숱한 미사일 도발을 통해 핵 물질 생산능력과 폭발력을 키우는 한편 핵 탄두를 소형화하고, 각종 미사일의 사거리와 정확도를 높이는 실험을 지속해 왔다.

북한의 핵 개발 기술력은 지난 3월 김정은의 발언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다. 김정은은 당시 탄도 로켓 탄두부의 재진입 모의시험을 직접 참관한 뒤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을 지시했다. 핵탄두 폭발시험은 핵폭발 장치를 터뜨리는 게 아니라 탄도미사일에 탑재,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를 만들어 이를 폭발시키는 실험을 의미한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핵무기 실전 사용이 가능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김정은의 지시 이후 북한은 다양한 투발수단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무수단 계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군 관계자는 “김정일이 생전에 쏜 미사일보다 더 많은 미사일을 김정은이 쏘지 않았느냐.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18년 동안 북한은 1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김정은의 경우 올 한해만 22발을 쐈다.

북한이 이번 5차 핵실험에선 핵탄두 폭발시험까지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가는 최종 관문은 넘어섰다는 평가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 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속도가 김정일 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가파르다”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쯤엔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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