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물 건너간 北 비핵화..‘레짐 체인지’ 주장에 힘 실릴 듯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기로에 선 대북정책 패러다임
전례없는 고강도 제재 불구
김정은 5차 핵실험 강행
“비핵화 협상 없다” 표명한 셈
박 대통령, 北 체제 붕괴 정책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 전망
일각선 “북=핵보유국 인정해
군축 협상 모색을” 제기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비핵화의 루비콘 강을 건너감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 패러다임도 기로에 서게 됐다.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그간의 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 질주로 더 이상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 때문에 북한 비핵화를 위해선 결국엔 김정은 정권 교체, 즉‘레짐 체인지’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사실상 묵인하고 군축 협상을 모색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정책은 북한 지도부의 통치 자금을 옥죄어 핵개발 의지를 꺾어 놓은 다음 비핵화 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관계개선을 해나가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대북 압박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북한과의 협상을 보류한다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이 이런 구상을 담고 있다.
올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대북 옥죄기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대북 결의안 처음으로 항공유와 광물수출을 금지하고, 북한을 출입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화물검색을 가능하게 했다. 전례 없는 수준의 강력한 대북봉쇄 정책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기를 들고 비핵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대북제재 속에서도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올 뜻이 전혀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북한은 도리어 핵무장을 완성해 핵 보유국 지위에서 미국의 차기 정부와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던 나라가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은 사례는 없다. 인도, 파키스탄 등 핵보유국으로 인정된 나라들은 애초 NPT 체제 바깥에서 핵개발을 추진했다. 북한의 의도와 달리 대북 압박의 목표를 비핵화가 아닌 ‘김정은 정권 교체’로 틀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갈 여지가 크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체제 붕괴를 경고하는 언급을 여러 차례 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5차 핵실험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레짐 체인지에 기반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9일 열린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 보고에서 ‘레짐 체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안으로 얘기될 수는 있지만 정부 정책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연하게 북한 레짐 체인지를 언급하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가 담긴 언급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이제까지의 제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전제를 둬야 한다"며 "제재의 범위와 강도를 새로 디자인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줄 죄기 같은 기존의 대북 제재 형태가 아니라, 정권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고강도의 제재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이와 반대로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확보 단계인 만큼, 북한의 핵 위협을 현실로 인정해북한과 핵군축 협상을 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 실패한 만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을 벌이는 것이 그나마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대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로에 선 대북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는 결국 미국의 차기 정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서 번번히 뒤통수를 맞았던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채 협상을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