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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제재 소용없다’ 보란 듯이 핵실험 기습 강행

입력
2016.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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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핵능력 고도화 과시ㆍ내부 결속 다지기 다목적 포석

美 차기 정부와의 협상 국면 대비 ‘몸값’ 높이기 위한 전략인 듯

“中 눈치 안 본다” 의도적 무시ㆍ인내심 테스트 성격까지

북한은 9일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핵시험에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장비한 전략탄도로켓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9일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핵시험에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장비한 전략탄도로켓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제재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으니 판을 바꾸라는 선전포고다.”

북한이 9일 통상의 ‘도발 3년 주기설’을 깨트리며 기습적으로 5차 핵실험을 전격 강행한 것을 두고 정부 당국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가동된 지 6개월에 맞춰 ‘제재 무용론’을 띄우기 위해 북한이 선수를 쳤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미국 차기 행정부와 협상 국면에 대비하는 한편, 중국의 반대도 개의치 않는 강경 노선으로 북핵 국면의 주도권을 끌고 오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제재에서 협상으로, 북핵 국면 새 판 짜기 노린 역공

3~4년 주기로 핵 도발을 감행해 왔던 북한이 이번엔 지난 4차 핵실험 이후 8개월 만에 추가 핵실험에 나서며 허를 찌르는 변칙 전술을 구사했다. 1차적으로는 핵 무기 개발 능력이 고도화 됐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또 이날이 68주년을 맞는 정권수립일인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5차 핵실험이 단순히 핵 개발 능력을 과시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가동된 지 6개월에 맞춰 보란 듯이 추가 도발에 나선 것은 제재로는 핵개발을 막을 수 없으며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북핵 판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의 천명으로 봐야 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대북 제재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제사회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핵실험 전에 우리 정부를 향해 거듭 대화 제의를 한 것도 결국은 핵실험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은 비핵화를 진행하겠다는 의사가 전혀 없다”며 “우리가 대화에 응한다면, 핵 고도화의 명분과 시간을 주는 것뿐이다”고 못 박았다.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 국면 대비한 사전 포석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북한이 제재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바꿀 호기라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식으로든 협상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텐데, 양보를 더 끌어내기 위한 ‘몸값 높이기’ 차원에서 사전 포석을 뒀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핵 보유국 지위를 용인하고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하는 것으로 북핵 문제를 풀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미국이 지금부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을 염두하고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무시, 중국의 마지노선도 시험대 세우기

이번 5차 핵실험은 그 동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열에 동참하면서도 민생과 인도주의 분야에선 예외를 두며 숨통을 열어주고 있는 중국을 의도적으로 대놓고 무시한 측면이 크다. 북핵 국면에선 중국도 관전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동시에, 중국의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려는 성격도 짙어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제재 국면을 극복하려는 중국 나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만큼 북한에게 중국은 변수가 아니었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중국이 자신들을 버리지 못할 것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중국이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 해보는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며, 주체노선을 분명히 한 것이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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