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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집행하는 검사가 法 악용… 진경준과 닮은꼴

입력
2016.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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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 동기가 있는 고양지청으로

스폰서 사건 옮기려 이첩제도 활용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인 알선도

차명계좌 이용해 금품 수수

수사 시작되자 스폰서 입막음 시도

陳처럼 법 지식·수사 노하우 활용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 검찰 깃발이 게양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 검찰 깃발이 게양돼 있다. 연합뉴스

김형준(46) 부장검사의 사건 무마 청탁 의혹은 법ㆍ정의를 실현하는 검찰의 중간간부가 사법절차와 수사 노하우를 사적 이해를 위해 범죄에 악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 등을 만나고 전직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소개해주는 등 인맥을 총동원해 전ㆍ현관예우의 위력을 자인한 것이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자신이 20년간 검찰에 재직하며 얻은 노하우를 고교 동창 사업가 김모씨의 사건에 최대한 활용했다. 우선 사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관할을 옮기려 시도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서울서부지검이 아닌 사법연수원 동기가 있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새로이 고소장을 접수하도록 해 사건이 고양지청에 이첩되도록 하는 방식을 썼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고양지청에 근무 중인 동기에게는 자신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김씨가 나를 팔고 다니니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말했다.

또 스스로 신변을 지키기 위해 김씨가 자신과 관련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입막음했고, 노골적으로 수사 청탁을 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검찰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시비를 걸어서 징계라든지 나를 발을 꽁꽁 묶으려고 하면 술 먹은 거 갖고 묶을 수 있다”며 “대답해버리면 발이 묶여 버리고, 그럼 부장이든 누구든 요만큼도 통화 못한다”고 했다.

이 같은 김 부장검사의 행태는 진경준(49ㆍ구속) 전 검사장의 넥슨 특혜 의혹 사건에서 나온 수법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넥슨 주식을 공짜로 받았으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해 주식 매입 자금을 지불한 뒤 차명계좌를 이용해 돌려받은 점, 다른 범행을 숨기기 위해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에 대해서는 진술을 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한 점 등이다. 20여년을 알고 지낸 친구에게 주식매입 자금이나 해외여행 비용 등을 대신 내도록 압박한 점도 같다. 주식 상장을 앞두고 있던 김 회장이 진 검사장을 수사에 대비한 보험으로 생각했듯, 김씨도 자신의 사기ㆍ횡령 사건을 원활하게 처리해줄 구원투수로 믿고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점도 두 사람 모두 검사 지위를 남용한 대목이다. 김 부장검사의 일탈을 두고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올 초부터 법조비리가 터지면서 유난히 탈이 많았던 법조계에 사형선고를 내린 사건”이라고 푸념했다.

대검이 7일 특별감찰팀을 꾸렸지만,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의혹을 남긴 점에 대해서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마포경찰서가 5월 김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금 지출내역에 언급된 김형준은 검사’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J사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검찰은 “피의자 먼저 조사하라”며 경찰의 신청을 두 차례 기각한 뒤 사건을 검찰로 가져왔다. 당시 진 전 검사장 사태로 검찰에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자 검찰이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서부지검에 4월 19일부터 7월까지 (김씨에 대해) 모두 9건의 고소사건이 발생했고 여러 검사에게 나눠져 있었는데, 이 가운데 5건이 경찰에 수사지휘가 이뤄졌다”며 “고소장이 계속 들어오니까 한 검사가 하는 게 낫겠다고 해서 일괄로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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