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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비영리? …자생력 있어야 지속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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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보는 대학생에 옷 대여
‘열린 옷장’ 폭발적 호응
발기인 3명 이상 설립 가능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신생 벤처 기업을 뜻한다. 이윤을 창출해 큰 기업에 인수되거나 스스로의 힘으로 상장까지 가는 게 대부분 스타트업의 목표다. 그런데 어울리지 않게 앞에 ‘비영리’가 붙은 스타트업들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출범한 것일까.
비영리 스타트업은 창의적인 생각, 빠른 의사결정, 유연한 조직 등 스타트업의 장점을 갖췄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구별된다. 보통 비영리 민간단체를 설립하려면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주무관청에 제출하고 100명 이상의 회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비영리 스타트업은 발기인이 3명 이상(서울시 기준)이면 바로 설립해 등록할 수 있다.
국내에는 정장을 대여해주는 ‘열린옷장’을 비롯해 러시아 우주인 후보에 올랐던 김산씨가 설립한 시제품 제작 도우미 ‘타이드인스티튜트’ 등 소수의 비영리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열린옷장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의 사회 혁신 아이디어 모임에서 만나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사실 열린옷장은 “면접 보러 지방에서 오는 대학생들에게 내 정장을 빌려줬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이렇게 모인 김소령, 한만일 대표 등은 주말을 이용해 수요조사, 의류 기증요청, 홍보 등의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창업을 지원해주는 서울 논현동의 ‘코업’ 사무실에 책상 하나와 옷걸이 하나로 문을 열었다. 재킷 1만원, 바지 1만원 등 세탁비 정도만 받고 빌려주기 때문에 이윤은 거의 없지만 기증 받은 정장은 1,000벌, 옷을 빌려간 사람은 2만5,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또 아무리 사회 공헌도가 높다고 해도 1, 2년 만에 문을 닫으면 의미가 없다. 게다가 기부자들은 자신이 기부한 돈과 물품이 비영리 스타트업의 운영비로 사용되길 바라지 않는다.
이런 차원에서 세계적인 의료 기부 스타트업 왓시는 좋은 선례로 꼽힌다. 왓시는 기부금을 운영비로 일체 사용하지 않고 기부자들에게 기부금을 지원한 환자의 인적사항, 치료 기관ㆍ날짜ㆍ금액 등 관련 정보를 전부 공개하고 있다. 운영비는 미국의 벤처육성 기업 ‘와이 컴비네이터’에서 투자를 받는 등 별도의 기부로 충당한다. 국내 비영리 스타트업 관계자는 “아직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가 활성화하지 못해 비영리 스타트업이 드물지만 앞으로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사회공헌에 대한 꿈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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