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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수다에 '음담패설' 꼭 끼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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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채팅 앱-노래방 도우미 등 일상 속 성매매 비판
<편집자주> '사소한 소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Minor·마이너)한 문제들에 대해 소다(Soda·탄산수)같이 시원하게 이야기해 보는 코너입니다. 주로 페미니즘, 성 정체성, 몸(body)에 대한 긍정 등 젠더 이슈를 다룹니다. 편집자주>
"성매매 문제 해결이 왜 여자들의 문제죠? 남자들도 고민한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아 답답해요."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의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 20~30대 남성 7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했다. 이들은 여성혐오, 여성폭력, 성매매 등 젠더 폭력에 반대하고 성차별적 인 문제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남성모임 '시시콜콜'의 회원들이다. 평범한 직장인부터 페미니즘에 눈 뜬 대학생, 인권운동에 힘쓰는 사회활동가까지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성 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경험과 생각을 쏟아냈다.
이들이 시간을 쪼개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시콜콜의 네 번째 모임 현장에서 이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성구매가 문화? 남자들의 고민은…”
이날의 토론 주제는 '성 구매와 남성문화'였다. 우선 성 매매 원인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채민(32·인권운동가)씨는 "성욕 해소보다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성을 사는 것"이라며 "인간의 성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구매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남성 문화의 일상성을 반성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건우(24·청년활동가)씨는 “동네 먹자골목의 노래방에만 가봐도 '아가씨가 필요하냐'고 자연스럽게 묻는다”며 “성 매매가 참 쉬운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민우(24·대학생)씨는 "돈이 많든 교육 수준이 높든 모든 계층에서 유흥으로 성을 소비하는 것은 남자들이 향유하는 문화 수준이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남성들이 성 구매 대신 좋은 취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성별 권력관계가 존재했다면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남성들이 대체 왜 이런 모임을 통해 ‘불편한 만남’을 이어가는 것일까. 이들은 이 모임을 통해 남성으로서 역할과 남성성(섹슈얼리티)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문주현(34·인터넷신문기자)씨는 “당장 삶에 이익이 된다기 보다 생각을 공유하는 남성들을 만나는 ‘사이다(청량음료)’ 같은 자리” 라며 “대개 남자들끼리 모여 성 매매 얘기를 할 때 음담패설을 주고받기 일쑤인데 진지한 토론을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물 만난 남성들의 '생산적 수다'
이들이 각자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터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다. 지난 4월 첫 모임 이후 총 12명의 남성이 비정기적 만남을 갖고 있다. 센터는 오랜 시간 성 매매 반대 운동을 하던 중 남성 스스로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장으로 지금의 모임을 제안했다.
그만큼 이 모임은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젠더 이슈를 놓고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경험을 다룬다. 두 번째 만남에서 남자로 살아가며 남성중심사회에서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얘기했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여성 혐오를 다루며 여성과 차이를 인식하기 위해 남성이 남성에게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는지 이야기했다.
이들의 ‘생산적 수다’가 성 구매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남성들의 문화를 당장 바꿔놓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변화를 기대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까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날도 성 구매를 줄이기 위해 성을 사는 남성들이 각종 음란채팅 앱을 사용하지 말도록 하고, 유흥업소를 가는 대신 이성을 사귀기 위해 소통하는 법을 배우도록 권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어느 정도 효과적일 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의견들이 남성 문화에 울림 있는 파장으로 퍼지기를 기대하는 마음들을 함께 내비쳤다.
남성들의 이런 활동은 생각을 공유하는 남성들 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희망이 된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의 남성모임 운영 담당인 윤하람씨는 “이 모임을 보면 우리 사회에도 ‘남성 페미니스트’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며 “남성모임이 젠더 감수성을 실천하는 ‘새로운 남성성’ 및 ‘다양한 남성성’을 구현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이원준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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