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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논란, 우린 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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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새로운 문화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오프라인의 사회적 관계를 대체하면서 대규모 교류를 만들어냈다. 몇몇 집단은 같은 언어와 양식을 공유하며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이루었다. 한 게시판의 ‘밈’으로 시작된 커뮤니티도 있다. 몇몇 네티즌들이 ‘디씨인사이드’의 게시판을 점거하고 온라인 공간의 성차별적 언사들을 성별만 바꾸어 내놓았다. 나중에 ‘메갤문학’이라 불리게 되는 당시의 패러디물들은 신선했고, 대단한 재치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엄청 웃겼다. 우리 일상에 성차별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강하게 환기시켰음은 물론이다.
이것이 ‘메갈리아’의 탄생이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별도의 커뮤니티로 독립한 메갈리아는 현실의 성차별에도 항의하고 나섰다. 환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너무 빨리 성장한 탓일까. 아저씨 말투를 우스꽝스레 흉내 내던 패러디는 점차 격해졌다. 해학이 가득했던 게시판은 어느새 응집된 분노가 쏟아지는 공간이 되었다. 이제 메갈리아에 대한 평가는 판이하게 갈린다.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역기능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한 대학 리뷰 어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29.6%가 메갈리아를 사회적 문제 커뮤니티로 인식한다고 한다.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워마드’를 합치면 40.2%가 그렇게 인식한다. ‘일베저장소’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는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메갈리아를 가장 심한 문제 커뮤니티로 보는 여학생은 10.34%인데 비해 남학생은 46.26%로, 남학생 집단에서 메갈리아를 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차가 메갈리아를 둘러싼 논란의 배경이다. 논란은 게임회사 넥슨의 성우가 하차하면서 촉발됐다. 티셔츠를 구입한 뒤 트위터에 알린 탓이다. 메갈리아의 재판 비용을 위한 모금 티셔츠였다. 그런데 법적 분쟁에 휘말린 회원에게도 남는 후원금으로 법률 지원을 한다는 메갈리아의 공지가 불씨가 됐다. 메갈리아를 사회 문제로 보는 이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해당 성우는 틀림없이 성차별에 항의하려는 의도로 모금에 참여한 것일 테지만, 게임 이용자들은 그 돈이 사이버범죄에 지원되리라 여겼다.
불똥은 애꿎은 곳으로 튀었다. 남성들이 메갈리아를 더 많이 비판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여성차별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부정확한 판단의 근거가 되었다. 몇몇 웹툰 작가들은 성우를 옹호하며 게임 이용자들을 다소 거칠게 비난했다가 대중의 분노를 일으켰다. 비슷한 논평을 낸 정의당도 당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종북 누명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이런 반응에 찬동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이는 모두 메갈리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이해 받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메갈리아 비판이 여성차별 탓만은 아니다. 여성들 가운데도 메갈리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은 메갈리아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메갈리아 일부의 행위를 비판하는 것이다. 억압에 대항하는 수단으로서 ‘미러링’이란 이름을 갖게 된 메갈리아의 행동 방식이 더 이상은 패러디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더는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말, 일부 메갈리아 회원들이 성소수자들의 사진을 유포했다. 성매매여성의 사진을 유포하는 사이버범죄를 미러링한 것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피해를 당한 성 소수자들의 인권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대 대나무숲은 강제로 아웃팅 당한 피해자의 절절한 증언을 전한다. 성소수자이며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메시지를 보내 항의했지만 도리어 그 메시지마저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페미니스트이면서도 메갈리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더 최근에는 아동성애자, 성범죄자 목록이라며 일반 남성들의 이름과 사진이 유포된 일도 있었다. 목록의 이름들이 정말 성범죄자의 것인지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것도 온라인 상의 신상털이로 인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의 미러링일 테지만, 이쯤 되면 어디까지가 패러디고 어디까지가 범죄인지 구분되지 않을 지경이다. 이런 흐름을 우려하는 메갈리아 내부의 토론이 없지는 않았다. 그때마다 ‘여성이 위협당하는 현실’론에 밀려 힘을 잃었을 뿐이다.
이 같은 일들은 메갈리아를 사회 문제로 보는 이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갈리아가 특히 나쁘고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그렇지 않을까. 아니다. 메갈리아가 타 커뮤니티들과 다른 점은 하나다. 진보 담론이 여성주의의 대의를 공급한다는 점이다. 메갈리아는 일종의 운동단체처럼 평가되면서, 거의 타의에 의해 여성주의 운동의 최전선으로 호출됐다. 지난 1년 동안 메갈리아 회원 일부의 행동이 점차 격해진 까닭은 자성의 목소리를 논외로 취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러링은 성차별에 맞선 저항이므로, 그걸 이해 못하는 사람이 ‘지능이 낮고 공감능력이 결여되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메갈리아가 아니라 진보 지식인들에 책임이 있다. 메갈리아는 페미니스트니까 우리 편이고, 그걸 비판하는 이들은 남의 편이라는 식의 세계관으로는 현상을 진실되이 보지 못한다. 그렇게 배제되어온 사람들의 반발이 최근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메갈리아도 인터넷 서브컬처의 한 형태다. 사회운동적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다 해도 패러디의 유희와 집단형성을 기초로 하는 인터넷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한다. 본질은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들과 유사하다는 얘기다. 이용자 수가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라면 사건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이며, 어느 커뮤니티인들 익명성을 이용한 언어폭력이 없는 곳은 드물다. 불특정다수가 계속 피해를 본다.
그렇다면 그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메갈리아의 정당성만을 끊임없이 재발명하는 대신, 모든 혐오 발언과 폭력을 없애는 것이 맞다. 또한 메갈리아만을 비판하는 대신, 인터넷 문화를 원점에서 재고하는 것이 옳다. 웹툰 규제를 하자는 둥 사태가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지금, 필요한 것은 증오가 아닌 관용의 질서다. 관용의 질서를 세우는 데는 차별금지법 시행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것이 여성차별에 맞선다며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쪽과 인권침해에 맞선다며 메갈리아를 비판하는 쪽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최선이다.
손이상 문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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