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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꼭 다녀야 하나요” 13세 소년 유쾌한 고졸 검정고시 도전

입력
2016.08.03 04:40

최연소 응시 전다빈군

한자에 매료돼 어깨너머 공부

독학 6년만… 부모도 전폭 지원

‘2016년도 제2회 검정고시’ 고졸 부문 최연소 응시자 전다빈군이 시험을 하루 앞둔 2일 자신의 방에서 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16년도 제2회 검정고시’ 고졸 부문 최연소 응시자 전다빈군이 시험을 하루 앞둔 2일 자신의 방에서 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국어 과목의 고전 시가(詩歌) 부문이 어려워 며칠째 잠을 설쳤어요.”

13세 전다빈군이 2일 인천시 서구 한 아파트 자신의 방에서 국어 교재를 편 채 이마를 찌푸렸다. 아직 고전을 논하기엔 어린 나이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전군은 서울시교육청이 3일 실시하는 ‘2016학년도 제2회 검정고시’에서 고등학교 졸업 학력 인정에 도전하는 최연소 응시자. 지난해 8월엔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올해 4월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연달아 통과한 검정고시 인재다.

“학교에 꼭 다녀야 하나” 하는 전군의 작은 의문이 독학(獨學)의 길로 들어선 계기였다. 한 살 많은 형이 먼저 유치원을 다니는 게 부러웠던 전군은 형이 유치원에서 가져온 한자 책을 어깨너머로 공부하다 한자의 매력에 푹 빠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자를 따라 쓰다 급기야 일곱 살이 되던 해 3급 한자 자격증까지 땄다.

그런데 배움에 대한 전군의 호기심은 오히려 학교에 들어가면서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전군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곧바로 여러 차례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친구들 앞에서 점수를 발표했는데, 시험이 어렵고 한글이 서툴러 몇 번 낮은 성적을 받자 주변 친구들이 놀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어린 아이의 투정이라고 넘길법한 아들의 고민을 전군의 부모는 진지하게 듣고 다른 길을 열어줬다. 어머니 허미숙(46)씨는 “학교 공부만이 길이 아니고, 또 시험 성적만이 인생의 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꾸 풀이 죽어 귀가하는 아들에게 허씨는 “학교 수업이 즐겁지 않으면 집에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고 일러줬다. 처음엔 반대하던 남편도 허씨의 설득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돌아섰다.

그렇게 혼자 공부한지 6년째. 전군에게 집은 자율과 규칙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배움터다. 전군은 “한 달 단위로, 일주일 단위로 공부 계획표를 짜서 하루에 최소 6시간은 국어 수학 등을 꾸준히 공부한다”며 “과학을 좋아해 나머지 시간엔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희귀동물에 대한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고 중국 드라마로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허씨는 “생각할 능력을 기르려면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검정고시를 준비해보자고 지난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또래라면 이제 갓 중학생이 됐을 전군은 이번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러나 전군과 허씨는 “곧바로 대학을 준비할 생각은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전군은 “빨리 시험이 끝나서 기타도 배우고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새롭게 사람들을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한술 더 떴다. “깊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길 때까지 대학은 안 가도 좋아요. 아들이 행복하면 그걸로 족합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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