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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톺아보기] 진보정당까지 흔드는 메갈리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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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이른바 ‘메갈리아 티셔츠’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당이 남성혐오 사이트인 ‘메갈리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메갈리아’ 반대 측과 옹호 측 양쪽에서 탈당하는 당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성 혐오’에 대한 여성운동 일각의 극단적 대항 방식인 ‘남성 혐오’가 야기하는 논란이 진보정당까지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19일 게임업체 넥슨은 자사의 게임에 출연한 한 성우가 ‘메갈리아’를 후원하기 위해 제작된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것이 문제가 되자 해당 성우를 교체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이튿날인 20일 기업이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직업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기업의 노동권 침해’라며 넥슨을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 정의당 논평에 대한 심상정 상임대표 페이스북 글)
이에 일부 당원들은 “(당이)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것이냐”고 반발했고, 인터넷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서도 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의견이 빗발쳤다. 그럼에도 지도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부 당원들은 탈당 카드를 꺼내 실력행사에 나섰다. 뒤늦게 심각성을 느낀 지도부는 25일 중앙당 상무집행위원회를 열어 해당 논평을 철회하는 강수를 뒀다. 문예위 논평이 메갈리아에 대한 찬반을 둘러싼 해석 논쟁만 일으켰지, 정작 노동권 침해라는 당초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당 성우가 이미 본인의 블로그에 넥슨과 원만하게 계약 해지에 대해 합의한 사실을 밝힌 것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논쟁을 야기했다. “메갈리아가 다소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여성운동의 필요성을 감안해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원들은 당 지도부가 진보적 원칙을 잃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29일 심상정 상임대표가 호소문을 통해 당의 단합을 촉구했지만, 분란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메갈리아 반대’를 주장하며 탈당하는 당원의 비율이 많지만, 논평 철회에 반발해 ‘메갈리아 포용’을 주장하며 탈당하는 당원들도 있다고 한다.
정의당은 다음주 김세균 공동대표를 주축으로 구성된 젠더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여성 문제 전반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특정한 입장을 선택하기 보다 한국 사회의 여성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성평등 의식을 높이고 양성 차별을 해소하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의 진통”이라며 “정당이 어느 한 쪽에 확실하게 서는 것은 전혀 사태를 해결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혐오의 대항 논리로 남성혐오를 표방하는 메갈리아에 대한 정의당의 신중한 입장이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적 이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이슈를 선제적으로 주도하기 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책임을 과도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미 의원은 “기성정당이 아닌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이러한 예민한 주제를 갖고 논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이라며 “메갈리아가 우리 사회의 어떠한 맥락에서 발생했고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갈등을 해결할지에 대해 성숙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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